주간동아 1084

2017.04.19

특집 | 인터넷은행시대의 불안한 미래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옥동자’ 될까

산업자본 막힌 반쪽 출범, 보안 체계 걸음마 수준…낡은 규제의 틀부터 바꿔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4-17 14: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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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자정,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비대면으로, 그것도 시간에 구애 없이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은행을 말한다. 케이뱅크가 ‘자정’에 문을 연 이유도 기존 은행과 달리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낮밤 구분 없이 영업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6월 말에는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다. 조만간 금융계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출범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 15만 명을 넘어섰다. 총 수신금액은 730억 원, 대출액은 4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예금이자와 값싼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금리정책이 케이뱅크의 흥행을 이끄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예·적금이자가 1%대인 데 비해 케이뱅크는 제1금융권임에도 2%대다.

    대출금리도 저렴하다. 특히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은 기존 저축은행보다 금리가 싸다. 케이뱅크의 ‘슬림K 중금리대출’은 연 금리 최저 4.14%에서 최고 8.94%로 대출해주는데, 현재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평균 금리가 연 7~15%에 달한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대표적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이다’는 연 금리가 6.9~13.5%이고, 최근 들어 신용대출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OK저축은행의 ‘중금리 OK론’도 9.5~19.9%에 달한다.

    대출금리 수준을 정하는 신용평가 방식도 기존 은행과 다르다.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인데, 케이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동통신요금을 연체 없이 2년 이상 납부한 경우 신용도가 높다는 점에 근거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존 신용평가사 데이터에 인터넷 쇼핑몰(G마켓과 옥션) 구매 이력, 카카오택시 이용 이력, yes24 도서 구매 이력 등을 넣어 세분화된 금리를 산출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 금융권에서 5등급인 신용자가 3등급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또 다른 차별성은 비대면 업무다. 계좌 개설을 위해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은행도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돼 있긴 하지만 계좌를 개설하려면 한 번은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은행 업무를 보려고 반차를 내는 직장인도 있는 만큼 비대면 방식이 편리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을 이용해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휴대전화로 신분증을 촬영하고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 이용약관과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동의하면 된다. 추후 발급받은 체크카드로는 전국 GS25 편의점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현금지급기(CD)를 통해 365일 24시간 수수료 없이 입출금 및 이체 거래를 할 수 있다.



    케이뱅크 ‘간당간당’ 자본금 어쩌나


    하지만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을지 여부다. 케이뱅크 출범식 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케이뱅크는 2015년 11월 예비인가를 받은 이후 1년 반 동안 산고 끝에 태어난 옥동자다. 온 마을 주민이 성원하고 잘 키워나간다면 우리 금융산업에 경쟁을 뛰어넘는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옥동자로 태어난 인터넷전문은행이 건장한 청년으로 자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몇 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는 바로 미래금융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은산분리’ 규정을 들 수 있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은 조치다. 예컨대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 가능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해 ‘사금고’화하는 것을 우려해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은산분리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처음에는 여당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조의 은행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서 현재 모든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은 장담하기 어렵다. 예컨대 케이뱅크는 올해 4000억~5000억 원의 여신을 영업 목표로 삼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말에 2000억~3000억 원을 증자해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KT는 산업자본이라는 이유로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케이뱅크의 초기자본금은 2500억 원으로 그중 KT 8%, 우리은행 10%, GS리테일 10%, NH투자증권 10%, 다날 10%, 한화생명 10%, KG이니시스 8%, 기타 13개 주주사가 34%를 차지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상 유상증자를 하려면 모든 주주가 동일 비율로 출자해야 하지만 KT 외 나머지 주주사는 자금력 면에서 몇천억 원대의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케이뱅크 스스로 영업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케이뱅크는 은행 설립을 위한 초기 자본금 가운데 이미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소진한 상태다.

    선진국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가 미국 25%, 일본 20%, 유럽연합(EU) 50% 등이지만 감독 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그 이상도 얼마든 가능하다. 일본 라쿠텐소프트뱅크는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이 100%, 소니뱅크는 소니가 100%, 재팬네트뱅크는 야후가 41.2%, 지분뱅크는 이동통신사 KDDI가 50%를 소유하고 있고, 중국 마이뱅크는 알리바바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은산분리정책 때문에 새로운 금융혁명에서 뒤처질 상황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상호출자제한 기업그룹(계열사 자산을 다 합쳐 5조 원이 넘는 기업)은 아예 제외됐는데, 대기업 산업자본이 주도하는 외국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은 아예 생각도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 관계자도 “은산분리를 완화해도 실시간으로 금융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관제망만 있으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모니터링(감시)에 앞서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장 작동’이다. 시장이 돌아가지도 않는데 감시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거시적 틀은 바꾸지 않은 채 미래 금융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58%)이고, 그다음은 카카오(10%)로 KB국민은행과 함께 2대 주주다. 이들은 유상증자와 관련해 큰 부담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현행법 그대로 동일 비율로 증자할 경우에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나 카카오는 충분한 자금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법이 바뀌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은행법 개정이 지연되더라도 사업(대출 등)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은행법이 개정되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고 밝혔다.



    저금리 대출, 언제까지 가능할까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체 부실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4~7등급의 중신용자는 연체·채무불이행 위험이 커 은행 부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분화된 신용평가로 우량한 중신용자를 골라낸다는 계획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고객 동의를 얻는다 해도 신용평가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총량제를 통해 사실상 대출을 옥죄고 있어 신규 사업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대규모 연체가 가시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매력인 인력과 비용 절감 시스템도 무너질 공산이 크다. 대출 연체가 늘기 시작하면 심사부, 관리부 같은 조직을 갖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금리 마케팅이 무한정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예금상품에도 해당하는 얘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금리 전략에만 주력하면 기존 은행도 금리 경쟁으로 맞서 결국 치킨게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미국은 1995년 세계 최초로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가 설립된 뒤 3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지만 2014년 기준 남아 있는 은행은 24개다. 사라진 은행은 대부분 무리한 금리 경쟁이 화근이 됐다.  

    그렇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정된 영업망을 갖추려면 수익모델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0년 영업을 시작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일본 6개 인터넷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평균 74억 엔(약 768억7000만 원)으로 4년 전보다 722% 성장했다.

    반면 일본 전국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평균 292억 엔(약 3033억20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예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온라인 쇼핑몰 1위 기업 라쿠텐이 만든 라쿠텐소프트뱅크다. 전체 예금은 1조2470억 엔(약 13조 원)인데, 모회사인 라쿠텐과 연계해 다양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쇼핑몰 주요 고객인 젊은 층을 타깃으로 신용대출사업을 하는 한편, 직불카드 포인트는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독일 피도르방크(Fidor Bank)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설립 초기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커뮤니티를 강화한 피도르방크는 상품을 개발할 때도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좋은 아이디어에는 포상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테면 피도르방크 페이스북 페이지에 2000명이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예금이자가 0.01%p씩 높아지는 식이다. 오정근 특임교수는 “가격 경쟁 대신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 만족이나 편의성 중심의 영업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은 ‘보안’이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미래 금융을 준비하는 시중은행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생체인증 방식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단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문과 홍채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KB국민은행, NH농협, 한국씨티은행은 지문 인식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느끼는 ‘보안 공포심’은 여전히 높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독일 해킹그룹 CCC(Chaos Computer Club)가 위조지문 시연 동영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채는 지문이나 정맥, 안면 등 다른 생체정보보다 위·변조가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이들은 홍채인식도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과도한 생체인증 기술은 오히려 금융의 미래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처럼 완벽한 보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지문인식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 같은 기존 인증 수단은 해킹으로 유출되더라도 변경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생체정보는 바꿀 수 없어 유출될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 본인을 증명하는 방법을 꼭 생체와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생체인증만이 정답 아니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기록하는 공공거래 장부로,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해외 글로벌 은행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국제 송금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해외송금 중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고 보안 비용도 경감된다. 2018년 초부터 일본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세계적인 금융기업 7곳이 연계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국제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해외 송금 방식은 국제은행통신협회(SWIFT)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SWIFT는 세계 모든 은행이 서로 환거래용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각 국가나 대륙별로 혹은 통화별로 규모가 큰 은행을 집합해놓은 일종의 ‘중앙금융통신망’이다. 최공필 센터장은 “현재 해외 송금 방식은 각국 모든 금융정보가 SWIFT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가 비싸고 데이터 관리비 등 유지비도 많이 든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중앙통신망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송금이 가능하고 보안 측면에서도 안전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이고 모든 시중은행이 블록체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래지향적인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려면 빅데이터 분석의 활성화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든 것을 ‘개인정보보호’라는 틀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빼돌리기 전 이를 철저히 감시하는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그 대신 빅데이터 관련 활동 반경은 더욱 넓혀줘야 한다. 미래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규제 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 시점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균형’이다. 어느 사회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그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최 센터장은 “현란한 퍼포먼스도 좋지만 모든 국민이 금융 접근성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금처럼 미래 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미래 금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여전히 종이통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어느 정도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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