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특집| 첩첩산중 안철수 대세론

인터뷰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 “민주당 집권 땐 국민의당과 연립정부 세울 것”

“안철수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의 숙주 노릇할 건가… 누구와 국정운영할지 분명히 밝혀야”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7-04-17 09: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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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넷째 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 31%,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10%였다. 3월 다섯째 주 조사 때는 문 후보 31%, 안 후보 19%로 격차가 좁혀지더니, 4월 첫째 주 조사 때는 38% 대 35%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바뀌었다. 여러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는 다자구도일 때 결과였다.

    이 조사에서 두 후보 외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4%, 정의당 심상정 후보 3% 지지율을 기록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더는 ‘문재인 대세론’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느긋하게 대세론을 즐기던 민주당 처지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문재인 캠프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민주당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총괄본부장(사진)을 4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났다. 송 본부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총괄본부장으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경선 승리를 이끌었고, 민주당이 선대위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다시 총괄본부장을 맡아 대선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주춤해졌다.
    “대세론은 문 후보 개인의 것이 아니다. 촛불민심으로 표출된 정권교체 열망이 대세다. 현 상황은 정권교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혼돈이자 조정기라고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당선해도 정권교체 아닌가.
    “정권교체의 성격과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연립정부를 세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의당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솔직하게 정체성을 설명해야 한다. 40석을 가진 국민의당이 실질적으로 여당 기능을 하기는 어렵지 않나. 앞으로 어느 정당과 함께 국정운영을 해나갈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민주당과 함께할 것이냐, 자유한국당과 함께할 것이냐를 밝히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국민의당 안 후보와 박지원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물어볼 생각이다. 과거 3당 합당처럼 단일후보를 내지는 않았지만 현재 안 후보는 민주당과 대결구도 속에서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지지세력의 등에 업힌 상황 아닌가. 국민의당이 사실상 단일화해 양강구도로 가겠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집권 후 연립정부를 세울 때 바른정당, 자유한국당과 함께하겠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그런 정권교체를 과연 국민이 바랄까.”

    ▼민주당이 집권하면 어느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릴 계획인가.
    “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세울 것이다.”

    ▼안 후보도, 박 대표도 민주당과 연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은데.
    “국민의당이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 당과 뿌리가 같다. 안 후보는 ‘더 좋은 정권교체’라고 표현하는데, 그 정권교체의 내용과 의미가 뭔가. 마땅히 교체돼야 할 국정농단 세력이 정치적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대리인 혹은 숙주 노릇을 하는 것이 정권교체인가. 그 점에 대해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호남 대중에게, 국민에게 명백하게 설명해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문 후보가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강점은 뭔가.

    “듬직한 후보, 준비된 대통령감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방식대로 대통령을 선택하리라 믿는다. 이른바 작전주, 테마주는 갑자기 주식가격이 뛰기도 하지만 금세 거품이 꺼지기 마련 아닌가. 버핏은 주가 등락을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실제 한 회사의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해본 뒤 성장 가능성을 판단해 주식을 산다고 한다.

    문 후보는 4년 동안 검증을 거쳐 1위에 오른 후보다. 살아온 삶의 궤적도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과정이었다. 대학 때 유신정권에 저항해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되기도 했고, 군복무를 거쳐 오랜 인권변호사 생활을 했으며,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실장으로 다양한 국정 경험을 했다.

    또 당대표로 총선을 이끌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문 후보가 답이다.”
    문 후보의 비교우위를 읊던 송 본부장은 돌연 “ ‘혼밥’을 즐기고 대화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에서 (안 후보는) 제2의 박근혜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안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 안 후보가 목소리를 스스로 바꾼 것처럼 노력하면 나랏일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국정운영 능력은 더 검증해봐야 한다.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등을 통해 (안 후보 이미지가) 각색되고 연출됐다는 의혹이 있다. 문 후보가 검증받은 것의 50%라도 검증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야망의 계절’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는 열사의 나라에서 기업을 개척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미화했고 많은 국민이 그 영향을 받아 대통령으로 밀어줬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나.

    4대강 사업으로 대한민국을 토건국가로 만들어 ‘녹조라테’ 문제를 야기하고, 자원외교를 한다며 20조 원을 낭비하지 않았나.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등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부처는 이 전 대통령이 다 없애버렸다. 이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토건국가로 만들 때 안 후보는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한마디라도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적인 검증 말고도 정책 검증을 해야 한다.”

    송 본부장은 포스코 사외이사 재임 때 낙하산 사장 임명에 대해 무슨 의견을 냈는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다 왜 찬성으로 돌아섰는지 등이 안 후보의 주요 정책 검증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도 공공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공공일자리를 마중물 삼아 민간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공공일자리가 20% 수준인데, 우리는 7%가량이다. 이를 약 10%로 단계적으로 올리고자 81만 개를 제시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고용을 줄이는 성장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함께 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늘리려면 공공일자리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안 후보 지지율이 상승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던 사람이 상당수 안 후보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성하고 보완해가야 할 점이다. 문 후보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문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 후보는 어땠나. 정치를 시작한 뒤 윤여준, 김종인, 최장집 등 멘토들과 멀어졌고 송호창 전 의원, 금태섭 의원 등도 떨어져나갔다. 나는 문 후보가 100%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안 후보와 비교하면 문 후보가 소통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완벽하게 ‘안철수 사당화’가 됐다. 그에 비해 60년 전통의 민주당은 다양한 사람이 소통하는 민주정당이다. 당장 나부터 친문(친문재인)은 아니지 않은가.”  
    “사드? 美·中 만족할 제3의 대안 있다”보수진영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불안한 안보관’이다. 특히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보수층 인사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참사”라며 “양면성이 있는데 무조건 (사드 배치를) 받을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중국도, 미국도 만족하게 할 제3의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사드 배치 찬반 여부를 떠나 사드가 진정 우리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검증해봐야 한다”면서 “북한을 욕하고 무기를 많이 배치하자고 하면 안보관이 확실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 후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려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등 국방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국으로 향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문 후보는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에게는 가장 강력한 경고를 보냈고, 중국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가 사드 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중국 측에)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핵을 막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며 중국이 제구실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미국)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결국 군사적 수단이다. 군사적 옵션을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한 안보관이고, 중국을 통해 북핵 실험을 막으려는 노력은 불안한 안보관인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법의 차이를 두고 (문 후보의) 안보관 운운하는 것은 매카시적 발상이다. (문 후보는) 실질적으로 북핵을 통제하고 장악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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