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안보

한반도 위기 막으려면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차단하라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7-04-14 16: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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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은 충분히 예고됐는데, 대책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4월 위기설’이 떠올랐다. 현재의 ‘4월 위기설’은 한마디로 ‘미국 우선주의’ ‘우리 민족 제일주의’, 그리고 ‘대국굴기(大國崛起)’가 충돌한 것이다.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주체사상을 체제화한 북한이 1986년 내놓은 것이다. 이를 현실화한 것이 핵·미사일 개발이다. 세상에 최고는 하나인데 전부 1등이라고 주장하니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시기를 좁혀보면 현 위기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회담이 중국의 요청으로 열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무역 흑자와 환율 문제를 벼르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왜 만나려 했을까. 미국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렇게 설명했다.

    “시진핑의 최대 목표는 연임이다. 연임을 방해할 그의 적수는 장쩌민-후진타오 계열이다. 장쩌민 계열은 ‘아직은 중국 천하가 아니다. 따라서 주변과 잘 지내며 경제력을 키우는 화평굴기(和平崛起)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권력욕이 강한 시진핑은 ‘중국이 세계 최강에 올라섰다’며 대국굴기를 내세운다. 최고를 좋아하는 중국인은 대국굴기를 지지한다.

    그러나 대국굴기에는 포퓰리즘을 토대로 한 권력 독점 의지가 숨어 있다는 점을, 의식을 가진 중국인은 우려한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번영은 집단지도체제에서 나왔는데, 시 주석이 이를 깰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 주석은 자신을 ‘핵심’으로 부르게 했다. 이는 마오쩌둥의 개인숭배 노선과 흡사하다. 시 주석의 연임은 10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결정되는데, 시 주석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G2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시리아 공습 후 트럼프 지지율 급상승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 발로 찾아온 시 주석을 상대로 경제 문제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모색해보려는 전략으로 임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기에 이 회담은 처음부터 기 싸움이 돼버렸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시 주석 부부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기념촬영을 할 때와 소파에서 환담할 때 정중앙을 차지해 시 주석을 한쪽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시리아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독재자로 보고 IS 격멸과 함께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다. 반면 러시아는 IS 격퇴에는 찬성하지만 알아사드 정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태도다. 4월 초 시리아 정부군이 반정부지역으로 화학탄 공격을 가해 89명이 숨졌다. 이는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위반이다. 시 주석에 앞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격은 레드 라인을 밟은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쳤지만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반(反)이민법과 트럼프 케어 등이 좌절됐고,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해 지지율이 급락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 약점을 쥐고 있다는 풍문이 퍼지면서 탄핵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격은 공화당에서도 일어나 그의 제갈공명이라는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됐다. 

    이 때문에 트럼트 대통령 주변에는 군인 출신만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레이먼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시리아 사태와 북핵 문제의 해법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당연히’ 군사적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은 지중해를 담당하는 6함대에 이지스 구축함 2척을 시리아 근해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던 4월 6일(시리아 현지시각은 4월 7일), 화학탄을 실은 비행기가 이륙했던 시리아의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군 출신이 마련해준 트럼프의 양수겸장

    토마호크미사일 59발의 가격은 F-15K 전투기 한 대에 맞먹는다. 시리아는 이렇다 할 방공망이 없어 일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띄워 폭격해도 된다. 굳이 초저공비행을 해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토마호크미사일을 쓸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군사작전을 하는 이들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Think the Unthinkable)’는 말을 자주 한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대담한 기획을 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 직후 싱가포르에서 임무를 끝내고 호주로 가던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수역으로 되보냈다. 이 전단은 이지스 순양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5~6척의 핵추진 잠수함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토마호크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이지스함에는 500km 상공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SM-3도 탑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전단을 돌린 것을 첫날 만찬장에서 시 주석에게 통고했다.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자국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전혀 보고받지 못한 듯 놀라는 모습을 보였으나, 금방 “알려줘서 고맙다”고 사례했다고 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본론인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와 환율 문제 등을 꺼내 들었다고 한다. 두 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 정부는 언론에 시리아 공습을 알렸는데, 그 순간 미·중 정상회담 대신 시리아 공습이 머리기사가 됐다. 

    지난 대선 때부터 반(反)트럼프 노선을 견지한 CNN에서 국제 문제를 다루는 ‘GPS’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그는 어젯밤 미국 대통령다웠다”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그리고 한반도로 관심이 쏠렸다. 북한이 태양절과 인민군 창건일 등이 몰린 4월에 6차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칼빈슨이 함수를 돌리자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을 쏜 것은 북한 공습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견문발검 시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사라졌다.

    미·중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도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은 국무와 상무장관이 나서 회담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구석으로 몰리지 않은 사진을 써가며 중국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서특필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100일 계획을 만든다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답방한다는 것뿐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미국이 동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전단의 항로 변경이 확인되자 방중 시기를 시 주석이 연임에 성공한 10월쯤으로 해달라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미국은 ‘정의(正義)의 전쟁’을 통해 국제 분쟁을 해결하며 패권을 유지해왔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무엇이 ‘레드 라인’인지를 규정해왔다. 미국은 레드 라인인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위반한 시리아를 공습했다. 이보다 더 강력한 레드 라인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인데, 북한은 NPT를 탈퇴하며 5차례 핵실험을 했다. 과거 정부는 ‘응징을 많이 하면 오히려 미국이 고립된다’며 더 많은 나라가 미국을 지지해줄 때까지는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로 나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전략적 인내가 북한에게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시간을 줬다고 본다. 지금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번의 대북제재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 ‘정의의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큰 전쟁은 할 수 없으니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와 전략시설을 제거하는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칼빈슨 전단의 항로 변경은 이를 목표로 한 것이라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2개의 한국 유지다. 북한이 없는 것보다, 핵을 가졌더라도 존재하는 편이 더 유리하기에 중국은 대북제재에는 찬성해도 북한을 궤멸시키는 것은 극렬히 회피한다. 그리고 남북한과 모두 잘 지내려는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선제타격은 이러한 구도에 위기를 줄 수 있기에 중국은 당황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전단을 돌린 것만 알려주고 더는 한반도 관련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북한 제지에 실패하는 중국

    2월 14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북한은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북한 측에 미·중 정상회담 중에는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행돼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에 포착됐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 당일 북한은 원산 지역에서 60km를 비행하는 미사일을 쐈다. 중국의 부탁을 사실상 거절한 셈이다. 이 때문에 그다음 날 오찬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미국은 7함대 소속 레이건 항공모함을 일본에서 정비가 끝나는 대로 한반도로 출동시키고 니미츠로 추정되는 또 다른 항공모함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일본 5공군에는 고고도 무인기인 글로벌호크를 배치했다.

    글로벌호크는 한국에 배치한 그레이 이글과 함께 하늘에서 참수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일본에 있는 F-35B도 언제든 출격해 대지(對地) 관통탄을 투하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다. 한국은 남해안 지역의 깊은 암반을 뚫어 40~50일분의 비상용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은 없다. 신의주에서 50여km 상류 쪽으로 올라간 압록강에는 중국이 건설한 소수력발전소인 ‘태평만댐’이 있는데, 이 댐의 다리에는 중국이 북한으로 원유를 보내는 송유관이 건설돼 있다. 이 송유관은 평북 피현에 있는 정유공장으로 연결되는데, 이것이 바로 북한의 생명줄이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끊으면 북한은 견디기 힘들다. 유조선을 통한 원유 공급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한 한국과 미국이 함대를 동원해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4월 위기를 막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10여 년 전 북한과 관계가 매우 나빴을 때 중국이 이 송유관을 일시 차단하자 북한은 바로 굴복했다고 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차단만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에 넣는 것을 반대해왔다. 그러한 중국을 돌려놓을 수 있느냐가 트럼프 정부와 한국의 숙제다. 북한이 4월에 도발하지 않는다 해도 칼빈슨 전단 등이 돌아간 7, 8월 무렵 다시 도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코너로 몰아넣으려면 한국은 중국의 북한 원유 공급 차단을 유도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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