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마감有感

규제는 책임 회피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4-14 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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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24시간 365일 언제나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에서 너무나 강력한 은산분리 정책 때문이다.

    케이뱅크를 주도한 KT는 산업자본이어서 추가 자본금 확충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고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산업자본, 즉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쓰는 것을 막기 위한 은산분리 정책은 돈이 넘쳐나는 금리 1~2% 시대에는 이미 효용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그 정책이 살아남아 새 서비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 자산관리를 위한 일임계좌를 개설하려면 판매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는 대면 절차가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면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위험성을 파악한 뒤 계좌를 개설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투자를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도 ‘대면’해야 하는 아날로그 규제 때문에 질식 위기에 처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미 활성화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이미 비대면 일임계약이 가능하고 고객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고 있다. 꼭 얼굴을 봐야만 일임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쉽고 편하고 싸게 가입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의 장점은 상당히 사라지게 된다. 

    이런 규제를 왜 존속할까. 촘촘한 규제 뒤에 책임 회피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가 생길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그래서 정부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규제가 생긴 근거가 사라지고 규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해도 규제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유일 테다. 하던 대로 더 열심히 하면 망하기 십상이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가 생명이다. 정부의 속도가 혁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그 혁명이 우리에겐 재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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