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4

2017.04.19

정치

용꿈 깨는 자녀 리스크!

대선 적극 기여, 소극 기여, 소극 방해, 적극 방해 등 유형도 갖가지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4-14 1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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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당이 대선후보를 확정했다. 언론과 유권자의 본격적인 검증도 이제부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두 진영의 상호 검증 공세가 거세다. 1차 검증 대상은 후보 본인이다. 역량과 인성 두 가지 측면에서 악재를 찾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2차 검증 대상은 가족이다.

    가족 중 자녀 문제는 유독 휘발성이 강하다. 그 까닭은 청년 유권자와 그들을 자녀로 둔 기성세대 유권자 때문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다소 고전적 논리에 근거해, 자녀의 잘못은 부모 탓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자녀의 잘못에 대선후보가 부모로서 개입했다면 이는 곧바로 후보 자신의 문제로 간주하기도 한다. 자녀가 병역을 기피했는데 그 과정에 대선후보가 개입했다면 후보 본인의 비리로 인식하는 식이다. 반면, 자녀가 후보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적잖다. 악재가 될 수도, 호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과를 기준으로 유형을 구분해보면  ①적극 기여형 ②소극 기여형 ③소극 방해형 ④적극 방해형 등이 될 것이다(표 참조).


    적극 기여형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족이 선거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특히 대선에서 배우자의 참여는 거의 필수다. 별도 일정을 소화하면서 후보가 미처 찾아가지 못하는 곳을 집중 방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종의 보완재 구실을 하는 것이다. 자녀는 비록 성인이라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아직까지 흔치 않다. 후보가 주최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수준이 일반적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 가운데 대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일 것이다. 당시 새롭게 떠오르던 여론조사 방식의 도입을 주도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도왔다. 물론 공식 캠프가 아닌, 비선(秘線)조직으로 움직였다. 대선 후에도 그는 ‘소통령’으로 불리며 국정운영 전반에 개입했고, 결국 비리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고(故) 김홍일 전 의원도 적극적으로 기여한 사례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를 결성해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차남 김홍업 씨도 마찬가지다. 김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로 정치에 입문했고 97년 대선 때는 캠프에서 홍보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 두 아들도 결국 비리 혐의로 말로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딸 이방카는 특급참모 구실을 수행했다. 캠프를 사실상 주도하면서 선거 전략부터 언론 대응까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도 딸이 이렇게 선거운동에 열심히 참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물며 우리나라야 말할 것도 없다.



    소극 기여형

    대선후보의 딸이 소극적으로 기여한 경우는 없지 않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는 1987년 대선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부부 사이였다. 당시 노태우 후보는 대선자금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모금에 나섰다.

    96년 2월 전두환 비자금 조성 사건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은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1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최 전 회장이 노태우 대선후보와 사돈지간이라 대선자금을 줬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딸 유담 씨도 소극적으로 기여한 경우에 해당한다.

    유담 씨는 지난해 총선 때 처음 언론에 노출된 이후 미모로 눈길을 끌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유 후보에게 ‘국민장인’이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지지율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유 후보는 딸이 언론 노출을 부담스러워하고 또 이용할 마음도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담 씨는 등장할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만약 유담 씨가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상당수 유권자가 마음을 결정하는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소극 방해형

    자녀가 본의 아니게 대선후보인 아버지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두 아들이다.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문제였다. 이 전 총재가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대세론 몰이를 했지만, 결국 이 문제를 넘어서지 못해 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병풍 사건’이다.

    특히 2002년 2차 병풍 사건이 뼈아팠다. 대선 6개월을 앞둔 시점, 전 군(軍)수사관인 김대업 씨와 민주당 설훈 의원이 이 전 총재의 아들이 허위진단서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부인 한인옥 씨가 장남 정연 씨의 병역 문제에 연루됐다는 설명까지 더해지면서 허위는 사실로 굳어졌고, 표심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이반하고 말았다. 검찰 수사 결과 대선 2개월 전 이 전 총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고 선거가 끝나고 2년 뒤 김대업 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상태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두 아들도 비슷한 경우다. 최근 이들이 대학생 시절부터 억대 예금을 보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는 수천만 원이 수시로 입출금된 사실이 드러난 점이다. 홍 후보 부부가 차명통장을 운용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 후보는 물론 차명계좌 운용을 부인한다. 이런 가운데 차남 홍정현 씨가 대선 열흘 전인 4월 29일 결혼식을 한다. 대선후보가 선거에 임박해 아들 결혼식을 치르는 데 대해서도 국민적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한때 대선주자 지지율 1위였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들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는 2004년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2011년 8월 공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닷새 만에 귀가 조치됐다. 그리고 박 시장이 서울시장이 된 뒤 병무청의 재신검을 거쳐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이때 다른 사람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제출해 4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리에 MRI를 찍었으나 이 역시 여전히 의혹거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박 시장이 만약 이번 대선에 출마해 유력 후보 반열에 올랐다면 이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을 수 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군대 간 아들이 발목을 잡은 사례다. 아들이 군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이후 군사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여론을 더 악화했다. 정치인의 아들이라고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까닭이다.



    적극 방해형

    의도적으로 아버지의 선거운동에 재를 뿌린 경우는 아직 없다. 적어도 대선에서는 그랬다. 다만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범여권 서울시교육감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는 자식에게 관심이 없었다며,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선거 막판 다급해진 고 후보가 유세현장에서 딸에게 미안하다며 큰소리로 부르짖기도 했지만, 표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딸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문재인 후보 아들 vs 안철수 후보 딸

    문재인 후보는 최근 아들 문준용 씨의 특혜채용 문제로 검증 공세를 받고 있다. 응시원서에 붙이는 증명사진을 점퍼 차림에 귀고리를 하고 찍었지만 입사가 이뤄진 것부터 논란이다. 여기에 더해 14개월간 근무한 뒤 23개월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 그 기간에 3개월 인턴 취업을 한 것, 이후 돌아와 퇴직하면서 휴직기간까지 포함해 38개월분 퇴직금까지 수령한 것, 졸업예정증명서를 입사 결정 한참 뒤 제출한 것 등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딸 안설희 씨의 재산 문제가 논란이다. 처음에 제기된 의혹은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이유가 뭔가 해명하기 힘든 재산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최근 안 후보 측은 딸의 재산이 스스로 모은 1억 원과 2000만 원 상당의 차량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그 돈으로 어떻게 미국 유학생활을 하느냐면서 구체적인 증명자료를 내놓으라며 공세를 펴는 중이다.

    이 두 자녀는 악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극 방해형에 해당한다. 앞서 이회창 전 총재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자녀가 소극 방해형이라고 덜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사후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당장의 선거 결과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일단 상대 후보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상대가 해명을 내놓더라도 물고 늘어지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혼전 속에서 거짓에 속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 현명한 유권자다. 아울러 자녀 문제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 하나만으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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