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2

2018.06.13

특집 |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

“전통식초는 ‘식품 반도체’…해·완·진〈해남·완도·진도〉 ‘비니거 시티’ 만들겠다”

“고령 농촌인력 활용해 고부가가치 창출, 관광 인프라 핵심 될 것”

  • 입력2018-06-12 1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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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전통발효식초는 농어촌의 고령화·저소득 문제를 해결하는 ‘식품의 반도체’가 될 수 있습니다. 농어촌 어르신은 대체로 발효식초 제조 노하우가 있잖아요. 이를 잘 살려 지역 특산물로 전통식초를 만들고, 천혜의 자연환경과 연계해 관광지로 육성하는 거죠. 식초로 유명 관광지가 된 이탈리아 모데나, 일본 가고시마현처럼 말이죠.” 

    민주평화당 윤영일(61) 의원은 농어촌이 당면한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전통식품을 꼽는다. 그중 세계적으로 ‘파인푸드’로 인정받는 식초를 활용하면 농어촌 주민의 소득 증가는 물론,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지역구(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비니거(vinegar) 클러스터’를 만들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의원 역시 해남의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보리개떡과 고구마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겪었다. 가난한 고향을 부자 동네로 바꾸려는 열망이 누구보다 크고, 이는 그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윤 의원에게 정치에 입문한 계기, 식초산업 발전에 대한 구상 등을 물었다. 

    감사원 출신 1호 국회의원이 됐다. 

    “시골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에는 공부와 농사일을 함께해야 했다. 우리 세대가 그렇듯이 나도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보리개떡, 보리밥, 고구마를 먹고 자라면서도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았다. 이후 공직(행정고시 23회) 생활을 하면서 감사원에서 주로 근무했는데, 국정 전반에 걸쳐 정책을 분석하고 점검할 수 있었다. 유엔 감사실에서 감사관으로 일할 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책을 들여다봤다. 이런 경험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 성장에 대해 알게 됐고, 농어촌 주민의 권익 신장과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게 공인으로서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다.”


    보리개떡, 고구마 먹던 시절

    우리나라 농어촌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의료 등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 인프라 구축이다. 내 지역구의 섬 주민이 뇌출혈로 쓰러지면 헬기로 광주까지 이송하는데, 이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인근 중소도시에 종합병원이 없어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전교생이 2000명이나 됐는데 지금은 40명으로 줄어든 것도 주거권, 생활권 같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해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당장 농사지어 내다 팔기 바쁘고, 농민이 직접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졌다. 내 지역구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30%가량 된다(해남 28%, 완도 29%, 진도 31.1%). 노인 인구가 많고 젊은이는 없으니 농업 생산력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을 잘 파악해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책상에 앉아 있는 공무원들은 이런 현실을 잘 모른다. 우문현답인데….” 

    우문현답?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직접 현장에 가봐야 문제가 풀린다. 서울은 미세먼지가 심각하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며 사흘간 150억 원을 들여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폈다. 그런데 서울 시민은 체감하지 못한다. 반면 우리 지역의 어떤 면 단위 섬마을은 주민이 25인승 승합차를 구매해 이장이 셔틀버스처럼 운행한다. 지하철이 없거니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주민들이 교통수단을 마련한 거다. 어항에 물이 없으면 물 한 바가지를 부으면 된다. 도시지역은 물을 붓고 또 부어도 한계효용이 높지 않다. 농어촌 문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장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어민이나 사회적 약자의 고충을 책상에 앉아서는 알 수 없다.”



    농어촌 수산·관광자원 활용법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윤 의원이 생각하는 ‘농어촌 해법’은 뭔가. 

    “우리 지역을 예로 들면 해남 대흥사, 미황사, 완도 명사십리, 금당팔경, 청산도, 진도 조도면 동거차도 등 아름다운 산이나 섬, 천년고찰이 즐비하다. 낙지, 전복, 해조류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천혜 자연환경을 갖췄지만 대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져 수산·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 KTX도 서지 않으니 서울에서 오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교통 등 사회 인프라 시설과 펜션단지 등을 확충하면서 편하게 와 머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농어촌 1차 산업을 2차 제조·가공 산업과 3차 물류·서비스 산업에 결합해 농어업이 6차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추경예산에서 지역구 예산 331억 원을 확보한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우리(해남·완도·진도) 예산이 많다 보니 다른 의원들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광주~완도 고속도로와 남해안철도(보성~임성리) 건설 등 교통 인프라 구축과 낙지 서식장 조성, 오시아노(Oceano·오체아노·‘해양’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관광단지 활성화 사업 등에 시급히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와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거의 매일 설명했다. 수산·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오시아노 관광단지는…. 

    “해수욕장과 캠핑장, 골프장 등 다양한 테마 시설을 갖춘 해남의 관광단지다. 기반 조성은 했는데 투자가 안 돼 지난 25년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제 300억 원 규모의 펜션단지를 조성해 국민휴양마을로 만들고 있다. 펜션단지가 조성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이러한 숙박시설은 향후 ‘비니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기본 인프라가 될 거다.” 

    평소 전통식초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안다. 6월 22일 동아일보 주최 ‘제1회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이 열린다. 

    “요즘도 매일 요구르트에 전통식초를 타서 먹는다.(웃음) 맛도 맛이지만, 식초는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등 영양소가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 비만을 예방하고 피로 해소에 좋은 식품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이런 시점에 식초문화대전은 식초 대중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국제 학술대회를 통해 전통식초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거 같다. 우리 지역도 많은 분이 발효식초를 제조할 능력이 있고, 천혜 자연환경도 갖췄기에 전통식초 클러스터나 관광단지를 조성해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작은 반도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전통발효식초는 농어촌에 ‘식품 반도체’가 될 수 있다.” 

    윤 의원은 “어릴 적 어머니가 직접 술을 발효시켜 식초를 만들었다”며 식초의 초산발효 과정과 효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식품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2010년 도시 근로자의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 비중은 66%였는데, 2016년에는 61%로 더 떨어졌다. 농촌과 도시 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신음하는 농어촌 지역에서 전통발효식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식초는 ‘파인푸드’로 인정받고 있고, 여성은 피부미용과 ‘디톡스(detox)’를 위해 가방에 식초병을 넣고 다닌다.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얘기다. 우리 지역은 수산물과 해조류 등 지역 특산물이 풍부하고 전통식초 제조 노하우를 가진 분이 많은 만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식초를 생산할 수 있다. 지금도 몇몇 업체에서 생산 중이다. 이런 업체를 한데 모아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관광객이 직접 제조해 시음하면서 식초를 체험하는 ‘해·완·진(해남·완도·진도) 비니거 시티’를 구상 중이다.”

    “식초 옹기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관광객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되겠다. 

    “그렇다. 식초를 좋아하는 관광객이 해남·완도·진도를 찾아 천혜 자연환경을 만끽하고 수천 개의 식초 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게 하는 거다. 다양한 식초음식을 맛보며 편하게 머무르게…. 식초 주원료인 지역 특산물과 쌀 소비를 촉진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동시에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식초로 어르신들 일자리까지 생기고. (흑초 생산지인) 일본 가고시마현이나 발사믹 식초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 지방처럼 만들 수 있다. 전통발효식초가 6차 산업의 롤모델, 즉 ‘식품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당장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렇다. 인터뷰 마치고 곧장 지역구로 내려가 선거 지원활동을 해야 한다.(웃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은 반면, 민주평화당 지지율은 낮아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거 같은데.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거대 양당 독주체제를 견제하면서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남북평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안보 등 평화정책은 높게 평가하지만, 일자리 증가와 고용 안정 같은 민생과 관련된 부분은 최하점을 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문제도 그 지향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서 오히려 고용이 줄었다. 2017년 4월 취업자 수는 42만 명 증가했지만 올해 4월은 12만3000명으로 추락했다.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당연직 15명 중 11명이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주요 부처 장관임에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그렇다고 보나. 

    “정부 경제정책을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데, 소득만 올리면 경제 선순환이 되겠나.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 배달부가 더 건강하다는 말이 있다. 근로자에게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센티브에 투자하거나 생산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오만과 독선으로 밀어붙이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제1야당도 청산해야 할 적폐를 고집스레 붙잡고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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