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4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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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칠과삼 功七過三

  • 입력2017-11-21 17: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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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에 대해 ‘功七過三(공칠과삼)’이라고 언급했다. 노선은 완전히 다르지만 공산당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지도자여서인지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사실 마오쩌둥은 공산당 관점에서는 건국의 아버지이지만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으로 중국인 수천만 명을 죽음과 공포로 내몬 ‘최악의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덩샤오핑은 민주주의 국가 시각에서 보면 톈안먼 사태라는 ‘과’를 저질렀지만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의 부흥을 일궈 ‘공’이 많은 지도자였다. 

    촛불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없었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은 매우 성대하게 치러졌을 것이다. 재평가 열풍도 불었을 테다. 그랬다면 공칠과삼이 나올 법도 했으나 지금은 공일(功一)도 받기 힘든 분위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손석한 박사의 글(26쪽 참조)에서 보듯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극단적 이상화나 폄훼는 유아적 발상에 그칠 뿐이다. 특히 대한민국 현대사를 식민지와 독재, 그리고 매판자본의 나쁜 역사로 보는 세력에겐 박 전 대통령이 공영(功零)이어야만 하니 ‘박정희 배싱’(bashing·때리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동상 하나 세워줄 아량도 없는 것이다. 

    좌파 진영의 대표적 원로학자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5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기고한 글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서 “민주화 진영이 (중략) 박정희 시대에 한국 경제가 이룩한 괄목할 만한 성과에 대해, 그리고 전제적이며 포악했지만 유능하고 그 나름으로 헌신적이었던 ‘주식회사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박정희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안 해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탄생 100주년과 사후 38년을 맞은 박정희의 그림자가 한국 사회에 여전히 짙게 깔려 있지만 이제 그를 놓아줄 때가 됐다. 객관적 평가라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현실에서가 아니라, 그 시대로 들어가 박정희를 평가한다면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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