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2017.08.09

인터뷰 | 국민의당 배준현 비상대책위원

“親安 vs 非安 싸움 나면 집안 망한다”

“‘제보 조작 사건’ 송구 … ‘머리 자르기’ 발언 秋 대표는 사과해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08-04 17: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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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배준현(44·사진) 비상대책위원을 8월 2일 만났다. 8·27 전당대회(전대)와 관련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는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당대표 출마가 자칫 ‘친안(친안철수)계’와 ‘비안계’의 세력 싸움으로 비쳐선 안 된다”며 “전국 정당을 위해 청년과 여성을 배려하고, 참신한 인물이 지도부에 입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지난해 2월 초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배 위원은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부산 수영구)에서 영남권 국민의당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율(21.8%)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6일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유효표 2726표 중 1524표(득표율 55.9%)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대선 이후 영남권 대표로 ‘박주선 비대위’에 승선했다.



    “비대위원들이 물러 터져서…”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7월 31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사과에 앞서 안 전 대표와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했고, 제보 조작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점을 사과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찰은 대선 당시 김성호,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과 앞서 구속 기소한 당원 이유미 씨,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 5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와 이용주 의원(공명선거추진단장)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검찰 조사 결과는 우리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내용과 같다. 따라서 우리 당 조사 결과에 대해 ‘머리 자르기’ 운운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 ‘머리 자르기’ ‘미필적 고의’ 같은 말로 핵심(취업 특혜 의혹)을 가리는 전형적인 ‘물 타기 수법’은 과거 정권의 전유물 아닌가. 추 대표의 발언은 협치가 절실한 문재인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됐다.”

    당 지지율은 5%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과 제보 조작 사건 조사를 함께했어야 했다. 준용 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의 진실이 규명돼야 허위사실 유포 여부를 판단할 거 아닌가. 7월 31일 기자회견장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처음부터 특검 얘기를 해야지, 비대위원들이 순둥이처럼 물러 터져서’라고 지적했는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추 대표는 ‘머리 자르기’ 발언을 한 다음 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형사 책임은 반드시 수사가 돼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 말했고, 공교롭게도 검찰은 이틀 뒤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대표가 ‘미필적 고의’ 발언을 하자마자 오비이락(烏飛梨落) 식으로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검찰과 사전 교감을 했거나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부적절한 처사다.”

    어쨌든 국민의당 지도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는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었고 이용주 단장은 지역구 전남 여수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김성호, 김인원 부단장이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대선 막판에 제대로 살피고 확인하지 못한 건 할 말이 없다.”



    안철수에 대한 평가

    이찬열 의원이 최근 당 혁신 방안으로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주장해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는데.
    “국민의당의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당 혁신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 앞서 대선평가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대국민사과를 했고,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8·27 전대가 중요하다. 당을 혁신할 지도부를 뽑아야 하니까.”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판’이 커진 거 같다.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이 출마 선언을 했는데, 안 전 대표도 참여한다고 하니 전대에 관심이 커졌다. 안 전 대표 출마를 놓고 ‘자숙론’과 ‘흥행론’이 엇갈리지만 출마는 개인의 몫이다. 다만 안 전 대표의 출마가 자칫 친안계와 비안계 집안싸움으로 비치면 말 그대로 집안 망한다.”

    자숙론인가.
    “(안 전 대표가)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출마한다니 걱정도 된다.”

    왜 그런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과 당권 둘 다 잡으려다 결정적으로 당이 쪼개진 적이 있다. 많은 분이 전대 이후 패권세력을 비판하며 탈당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번 전대는 5·9 대선에서 패한 후 그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한 데 따른 ‘지도부 보궐선거’다. 대선후보였던 안 전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이 출마한다는 것은 정치적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 당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만큼 안 전 대표는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대에서 45.3%를 얻어 41.78%를 득표한 박지원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다. ‘당권’ ‘대권’ 분리를 주장한 당시 박지원 후보는 1년 뒤 탈당해 국민의당 창당에 나섰다. 

    호남 기반인 국민의당은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렇다. 비호남이나 수도권 출신 대표가 좋겠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 전국 정당화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영남 지원과 전국 정당화를 내세운 호남 출신 후보라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전대 출마자들이 참신한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웃음) 이번 전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당의 근간인 ‘뿌리조직’을 만들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창당한 지 1년 반이 된 국민의당이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고, 차기 총선과 대선을 위해 기초·광역의원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당대표로는 뿌리를 튼튼히 할 안정적인 사람이 적합하다고 본다. 다만 최고위원이나 청년·여성위원장 등은 참신한 인물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당 미래가 걸린 문제다.”



    DJ ‘연청’ 출신  …   공무원 사표 내고 ‘盧 캠프’합류

    어떻게 말인가.
    “일반적으로 청년과 여성에게 10~20%가량 ‘공천 가산점’을 주지만, 정작 청년은 출마할 돈(기탁금)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공천을 받으면 무이자로 선거비용을 빌려주거나 기탁금을 면제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1월 국민의당 전대 기탁금은 당대표 5000만 원, 최고위원 3000만 원, 여성위원장 1000만 원, 청년위원장 300만 원이었다.

    청년위원장 선거에 직접 출마할 의향은 없나.
    “보기에는 50대처럼 보이지만 40대 초·중반이어서 자격은 된다.(웃음) 고심하고 있다.”  

    정치를 결심한 배경은 뭔가.
    “내가 살던 부산 우암동은 ‘가난한 동네’였다. 사람들이 새벽부터 일하는데도 가난에 허덕이는 걸 보고 사회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면 입법부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부산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 학생운동을 했는데,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사상에 공감하게 됐다. 그래서 전국 최연소 연청(당시 DJ의 청년조직) 수영구 지구회장과 부산시지부 사무처장을 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적인 직장(부산대 학생처)에 사표를 내고 부산선대위 언론 담당과 유세 총괄을 맡았다.”

    민주당을 탈당했는데….
    “나도 ‘친노’(친노무현)지만, 패권주의로 가는 친노·친문 세력과 갈등이 있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지지율이 바닥일 때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20년 몸담은 민주당을 떠날 때는 눈물이 났지만 당원 선후배들의 격려가 큰 위안이 됐다. 선거는 조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입당 후 ‘당원 가입 운동’을 벌여 홀로 2000명을 입당시켰다. 내년 지방선거도 탄탄한 조직력과 새 지도부의 ‘바람’으로 영남권에 ‘녹색 태풍’이 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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