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2017.08.09

인터뷰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강남 집값 잡으려면? “우면산 등 그린벨트 풀어 공급 늘려야”

서울 수도권은 수요 계속 늘어…지금보다 주택 30% 이상 더 지어야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8-04 1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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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향방은 많은 이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정부가 6·19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집값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부산 해운대구 등 특정 지역의 집값은 반년 새 ‘억’ 소리 나게 올랐다. 정부가 다시 한 번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다.



    “집값 상승은 공급 늘리라는 신호”

    굵직한 부동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부와 언론에 자문을 해온 심교언(48·사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도 서울과 부산, 세종 등 특정 지역은 상승하고 지방은 빠지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25일과 8월 2일 심 교수에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시장 전망과 실수요자를 위한 조언을 들었다.

    8·2 부동산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나오지 말았어야 할 시기에 잘못 나온 대책입니다. 현재 하반기 금리인상, 공급 물량 증가와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하방 압력이 무서운 상황입니다. 정부가 수요억제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뿐이에요. 특히 다주택자의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 트렌드와 맞지 않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더 많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걸 잡겠다고만 하니 문제죠. 내년은 잘못하면 지방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어요. 또 서울과 경기 과천만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는데 판교, 광교 등 강남과 가까운 쪽에서 풍선효과가 우려됩니다. 이에 대한 고민도 같이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반년 새 2억~3억 원씩 오르는 것은 이상 조짐으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역대 정부 대부분이 집값을 잡고자 수요억제책을 많이 내놨습니다. 그때마다 시장은 몇 달간 눈치만 보다 다시 상승했죠. 근본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인데, 정부가 투기꾼의 짓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 물론 투기 때문에 집값 상승곡선이 가팔라지는 경향은 있지만,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강남과 수도권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계속될 겁니다. 한편으로 강남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지면 중소 정보기술(IT) 주식이 더 떨어지듯, 강남 집값이 떨어지면 지방은 대폭락할 수도 있어요. 강남 집값만 빠지고 지방 집값은 유지한다? 그런 정책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주택공급률은 2년 전 기준으로 서울 96%, 전국 102%를 기록했습니다. 집이 남아도는 것 아닙니까.
    “대도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 대도시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 인구는 2035년까지 증가하고, 가구 수는 204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출산율은 떨어져도 지방과 외국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1인 가구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상 집값이 안정된 때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1990년부터 7년간 전국에 주택 200만 호를 건설하던 시기였죠. 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 정부 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사 측에 택지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지금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번 정부도 주택공급 계획이 없습니다. 도시재생사업 계획만 내놓았는데, 이는 주택공급과는 거리가 멀어요. 주택 노후화를 고려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지금보다 30% 이상 주택을 더 공급해야 집값이 그나마 안정될 겁니다.”

    강남에는 택지로 만들 땅이 없지 않습니까.
    “강남에 아파트 지을 땅이 왜 없습니까. 우면산, 청계산의 그린벨트를 풀면 되죠. 주거비 안정과 환경보호 문제는 함께 갈 수 없어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8·2 대책의 여파가 길면 6개월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수도권, 부산, 강원 속초, 제주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이외 지방은 하락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연말연초에 있을 금리인상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요. 대출금리가 3%대에서 4%대로 1%p만 올라도 부담은 33% 상승하죠. 부채를 견디지 못하는 집주인이 물건을 던지기 시작하면 집값도 하방 압력을 받아 하우스푸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입주물량 폭탄이 예상되는 지역은 심하면 20%까지 조정받을 수 있어요. 그러나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입주물량 폭탄이 쏟아지는 신도시의 경우 조정된 집값이 2~3년 내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최근 도시재생사업에 5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향후 5년간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보나요.
    “도시재생사업에 50조 원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대세기는 하지만, 경제성장의 마중물은 안 될 거라고 봅니다. 대도시 도시재생과 지방 도시재생은 완전히 달라요. 서울, 부산에 적용하는 도시재생사업 모델을 시골에 적용하기는 힘들죠. 예를 들어 인구 5만 명인 도시에 2000억 원을 투자하면 고용이 늘까요. 아마도 인근 마을은 인구가 줄어들 겁니다. 100개 사업 가운데 한두 개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 투자 효율성이 떨어져요. 또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장기 사업이고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5년 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개발 프로젝트만 300여 개 진행

    심 교수는 1993년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부동산개발회사를 차려 6~7년 동안 개발 프로젝트를 300개가량 진행했다. 2007년부터는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사이 국무총리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 전문위원, 인천항만공사 개발계획 전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자족기능전략위원회 위원 등 국책사업에도 자문을 해왔다. 그가 부동산과 연을 맺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어떻게 부동산학과 교수가 됐나요.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시절에는 부동산학과가 대중적이지 않았어요. 건국대가 1985년 처음 학과를 개설했죠. 부동산개발에 관심이 많았는데 성적이 좋아 서울대에 진학했어요.(웃음)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이후 국책사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힘들어서 교직으로 옮겼는데 가르치는 게 재미있어요. 제자들이 금융회사를 비롯해 맥도날드, 풀무원 같은 식음료회사, 페인트회사 등 다양한 기업에 취업하고 있어요. 부동산학과 출신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많다는 게 확연해 상당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책사업에 참여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나요.
    “국가 경제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죠. 판교신도시 같은 경우 어떻게 하면 강남 대체지로 만들어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을지, 행복도시는 어떻게 하면 조기에 행정수도로 정착하게 할지 등이에요.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대여섯 개 진행 중인데 그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서민이 돈 벌려면 부동산이 답

    개인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는지 궁금합니다.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했으면 돈을 많이 벌었겠지만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투자하면 절대 안 되죠.(웃음) 저는 소신껏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비교적 많이 벌었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고, 오를 만한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 가서 좋은 물건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해놓고, 봐서 괜찮은 게 있으면 사는 식이에요.”
    심 교수는 서민이 돈을 버는 데 부동산만 한 투자처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서민이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지원책을 여러 개 내놓았지만 평생 집 한 채 가지는 것이 소원인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엔 역부족이다. 실수요자에 대한 조언과 함께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실수요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젊을 때 시드머니(종잣돈)를 만들어 집을 사는 거예요. 청년이 월급 모아 집 사기 힘든 세상이라고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는 월급 2만 원에 집값이 300만 원이었어요. 요즘은 연봉이 3000만 원이어도 저축을 500만 원도 못 하는 사람이 많아요. 취직했다고 차 사고, 또 이래저래 돈 쓰면서 집 사기 힘들다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죠. 그다음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같은 값에 강남의 20평형, 강북의 30평형 아파트가 있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상승을 기대하면 전자, 편하게 살고 싶으면 후자겠죠. 판단은 자기 몫입니다. 부동산을 조금만 공부하면 다른 투자처에 비해 돈 벌기가 쉬워요. 어쨌든 대출을 잘 활용해 매매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나요.
    “수요억제책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 부동산 규제가 너무 많고, 규제에 규제를 더하다 보니 이상한 것도 많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도 취지는 좋았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청약시장이 로또판이 됐어요. 청약 받으면 1억 원을 버는 게 정상입니까.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고 시장가로 분양해야 합니다. 물론 건설사가 돈을 벌겠죠. 그러면 세금을 왕창 걷어 서민 지원에 쓰면 됩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위헌 여지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익 실현을 하기 전 평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라는 셈인데, 만약 입주 시 외환위기 같은 게 닥쳐 집값이 떨어지면 국가가 보전해주나요. 지금 부동산시장이 재건축 때문에 버티고 있는데 초과이익환수제로 전국에 쓰나미가 덮칠까 우려됩니다. 이런 규제들을 정상화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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