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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3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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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70년대 낡은 청바지, 가장 핫한 패션이 되다

◇레플리카/박세진 지음/208쪽·1만9500원·벤치워머스


‘레플리카(Replica)’란 실물을 베낀 복제품을 뜻한다. 요즘도 이른바 명품을 복제한 B급 제품이 온라인에서 넘쳐난다.

또 다른 의미의 레플리카는 1970년대 이전에 나왔던 몇몇 청바지를 완벽하게 재현, 제작한 일본의 패션 문화다. 의류업계의 불법 카피를 넘어 당시의 원단과 제작 방식, 당대의 문화와 사회상까지 담아내려는 집요함이 담겨 있다. 청바지에서 출발한 레플리카는 이제 과거의 작업복, 밀리터리(군사) 의류 등으로 확장됐다.

패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레플리카 패션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존 패션업계의 방식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수(手)제품이나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취향은 계속됐지만 요즘 젊은층은 옛것을 세련되게 소화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렇게 레플리카 패션은 마니아 취향의 본거지, 거칠고 투박한 데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최신 거리 패션 등에 광범위하게 자리매김했다.”

레플리카의 원형은 20세기 초 미국의 작업복에서 출발했다. 이를 1980년 경 일본과 프랑스 패션업계에서 디자이너나 전문경영인이 아닌 의류 제작,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로 변화시켰다.

저자는 최근의 남성의류(멘즈웨어) 열풍도 레플리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것을 구현하되 현대적으로 수정하는 노력을 덧입혔다는 얘기다.

다만 저자는 레플리카 패션이 사라져가던 전통 제조업을 되살려낸 건 가치 있음에도 한정된 레퍼토리를 반복 재생산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간의 상상력을 옷으로 표현하는 패션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그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면서….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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