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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31 17:46: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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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드라마 등급표시제 ‘있으나 마나’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의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

1일부터 국내에서 제작된 모든 드라마에 대한 등급 표시제가 본격시행된다. 그러나 각 방송사가 10월 한 달간 일부 드라마에 대해 등급표시제를 시범실시한 결과 실제 청소년들의 시청 행태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는 31일 드라마등급제가 실시된 MBC ‘인어아가씨’와 SBS ‘야인시대’의 9월과 10월 연령별 시청률을 비교한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결과를 전했다. 15세 이상 등급인 ‘인어아가씨’의 경우 15세 미만 연령의 시청률이 9월보다 10월에 0.1%만 감소, 드라마등급제가 15세미만의 시청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야인시대’(15세 이상 등급)는 등급제 실시 전인 9월보다 10월에 15세 미만의 시청률이 오히려 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세 이상 등급이 적용된 SBS ‘그여자 사람잡네’도 12세 미만 연령의 시청률이 9월에 비해 10월에 오히려 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제기되어온 드라마 등급제의 실효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19세 이상’ 등급이 매겨지면 청소년 보호 시간대(평일 오후 6∼10시·공휴일 오전 10시∼오후 10시)에 편성할 수 없어 방송사에선 ‘19세 이상’ 등급 판정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부 드라마는 ‘19세 이상’ 등급을 안전판으로 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바뀔 우려가 있는데 가족이 이에 대한 시청 지도를 전담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다. 방송위원회측은 “미국처럼 시청을 제한하는 ‘V 칩’을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등급 표시만으로 문제의 드라마가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각 가정에서 시청지도 방법 등 수용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위는 PD 학부모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드라마 등급제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벌여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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