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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3-26 18:39: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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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 재심청구]수사경관 고문 사실상 인정

정진석씨(가명·67)의 ‘초등학생 강간살인’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해 사건 발생 당시 정씨를 조사했던 경찰관이 고문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72년 9월27일 사건 발생 후 춘천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특별수사본부에 편성돼 정씨를 직접 수사했던 A씨는 16일 기자와 만나 “당시 정씨를 좀 심하게 다룬 것은 사실이다”며 “특히 처음부터 정씨 사건에 전담배치됐던 B경찰관이 심하게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수난일기'에 묘사된 고문실상 수사기록에 따르면 A씨는 정씨를 상대로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직접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기도 했으며 80년대에 퇴직한 뒤 춘천시 교외에서 살고 있다. A씨는 또 “‘비행기태우기’나 ‘물고문’ 같은 것은 사실 3번 연속해서 하면 사람이 죽는다. 2번만 해야지”라고 말해 ‘비행기태우기’ 고문을 당했다는 정씨 주장을 뒷받침했다. A씨는 “고문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했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문을 했느냐”고 거듭 질문하자 그는 “그 때는 다들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 다 알지 않느냐”며 사실상 시인했다. A씨는 또 “정씨가 없는 말 만들어냈겠느냐”며 “정씨가 그렇다고(고문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렇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급박한 상황에 처했던 것은 다 기억을 한다”며 “옛날에는 어디서 하는지 모르게 하려고 눈도 가리고 여러 군데 돌아다니다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고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정씨가 ‘통닭구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는데 통닭구이가 어떤 것이냐”고 묻자 A씨는 “ 이런 얘기 아무나 해주는 것 아니다”며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통닭구이는) 공중에 매다는 게 아니다”며 “양손을 묶어. 상처나니까 흠집 안 나게 천으로 감싸고 그 뒤에 줄로 묶지. 그리고 양팔 사이에 양무릎을 끼우지. 무릎 밑에 봉을 끼우는 거야. 그 봉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사람 머리가 무거우니까 뒤로 빙 돌아갈 것 아니야”라고 설명했다. A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파출소장 딸이어서 (일선 경찰관들도) 일반 사건과 다르게 취급했다”며 “물불 안 가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나도 조직에 속했던 몸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 외에 당시의 다른 경찰관들은 고문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H씨(74·당시 경사)는 “사건 자체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P씨(66·당시 경위)는 “정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물증은 없었으나 자백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때문에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P씨는 “당시 기자들이 경찰서에 진을 치고 있었고 고문은 절대 없었으며 아직도 정씨가 진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수사경관 A씨의 말▼ ▽정씨를 좀 심하게 다룬 것은 사실이다. ▽‘비행기태우기’나 ‘물고문’ 같은 것은 사실 3번 연속해서 하면 사람이 죽는다. 2번만 해야지. ▽정씨가 없는 말 만들어냈겠느냐. 정씨가 그렇다고(고문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렇지 않았겠느냐. ▽(통닭구이는) 공중에 매다는 게 아니다. 양손을 묶어. 상처나니까 흠집 안 나게 천으로 감싸고 그 뒤에 줄로 묶지. 그리고 양팔 사이에 양무릎을 끼우지. 무릎 밑에 봉을 끼우는 거야. 그 봉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사람 머리가 무거우니까 뒤로 빙 돌아갈 것 아니야. gun43@donga.com ▼검찰 증거은폐 억울한 옥살이 "국가 배상하라"판결▼ 검찰이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입수하고도 이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부(재판장 이동명·李東明 부장판사)는 강도 강간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2, 3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김모씨(28)와 그 가족이 “경찰과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에 의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일 “국가는 김씨 등에게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가 피해자들의 증언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상착의 등에 대한 진술이 모두 엇갈려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검경이 김씨를 범인으로 단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유전자 분석 감정 결과 강간당한 피해자의 속옷에서 검출된 정액이 김씨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검찰 등이 이런 결정적인 증거를 숨기고 김씨에게 불리한 증거만을 1심 법원에 제출해 김씨가 중형을 선고받도록 한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 등은 범죄수사를 통한 사회방어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의무도 함께 진다”며 “수사기관이 인권보호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김씨가 무려 340일간이나 구속되는 등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국가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96년 8월 18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가정집에 침입해 가정주부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항소심 법원이 재의뢰한 유전자 감식 결과 등이 제출되면서 98년 무죄 확정선고와 함께 15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김씨는 95년에도 서울 영등포구 일대의 강도 강간범으로 몰려 구속기소된 뒤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6개월 전인 96년 2월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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