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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7 03:00:00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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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만리장성… 中, 고구려-발해땅까지 연장

■ 中정부 “총길이 2만1196km”… 기존보다 배 이상 늘려


중국 당국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기존보다 크게 늘려 발표했다. 특히 장성의 동쪽 끝을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이던 지린(吉林) 성과 헤이룽장(黑龍江) 성까지 연장한 고고학 조사 결과를 내놓아 한국 등 주변국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가 지은 성들까지 만리장성의 자락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 둥밍캉(童明康) 부국장은 장성 유적지 중 하나인 베이징(北京)의 쥐융관(居庸關)에서 “2007년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 역대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18km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고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광밍(光明)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앞서 발표한 만리장성 길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

둥 부국장이 발표한 자료는 만리장성 유적지는 현 중국의 가장 서쪽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시작해 닝샤후이(寧夏回)족자치구, 칭하이(靑海) 성, 간쑤(甘肅) 성, 산시(陝西) 성, 허난(河南) 성, 산둥(山東) 성, 산시(山西) 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허베이(河北) 성, 베이징, 톈진(天津) 시, 랴오닝(遼寧) 성, 지린 성을 거쳐 동쪽 끝의 헤이룽장 성까지 15개 성·시·자치구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확정된 만리장성 유적지는 모두 4만3721곳으로 사실상 중국 북부 대부분의 지역에 만리장성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명나라 때 장성을 포함해 진(秦)·한(漢) 및 기타 왕조 때 쌓은 장성을 포함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역대 만리장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2006년 국무원 명의로 ‘(만리)장성 보호조례’를 제정하면서 만리장성에 대한 본격적인 보호와 연구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중국 정부와 학계는 끊임없이 만리장성을 동·서로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앞서 2009년 중국 국가문물국과 국가측량국은 명나라 때 쌓거나 보수한 장성을 기준으로 만리장성의 길이가 종전에 알려진 6300km보다 2500km 이상 긴 8851.8km라는 측량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을 랴오닝 성 단둥(丹東) 시 북쪽 후산(虎山) 산에 있는 보줘(泊灼) 성(고구려 유적지인 박작성)이라고 발표해 당시 한국 학계 등에서 지나치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작성은 3세기경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성이다. 만리장성의 동단은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 성 산하이관(山海關)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가문물국은 이후 보줘 성에서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는 대형 표지판 개막식을 열었다. 이후 보줘 성이 고구려 유적지라는 기존의 관광 안내문은 모두 없앴다. 또 고구려의 발원지인 백두산 근처 지린 성 퉁화(通化) 현에서 진한(秦漢)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만리장성 유적이 발굴됐다고 발표하는 등 만리장성 늘리기 행보를 계속해 왔다.

중국의 이번 발표에 한국 학계는 중국이 장성으로 볼 수 없는 요새까지 망라해 장성의 길이를 늘임으로써 고조선과 고구려 영토까지 장성 안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근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중국이 ‘장성’의 개념을 진나라 때 만리장성뿐 아니라 명나라 장성과 각종 요새까지 연결하는 통시대적 개념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이 다민족 국가로서 넓은 영역을 차지했음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복기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 교수(상고사)는 중국이 만리장성으로 발표한 헤이룽장 성 일대의 성곽에 대해 “요나라나 금나라 때의 성곽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복 교수는 “중국 서진 시대 지리서인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에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을 지금의 산하이관 인근으로 확정하고 있다”며 “중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설을 무너뜨린 뒤 압록강 입구까지 연장하더니 이번에는 헤이룽장 성까지 또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복 교수는 “또 중국은 만리장성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까지 늘려 만주와 중국 동북쪽 일대가 진나라 때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억지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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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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