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은퇴’ 이상화 “최고의 모습 기억해 주길…전설로 남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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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16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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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지도자의 길 걸을 의향 있어”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시작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News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시작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News1
‘빙속 여제’ 이상화(30)가 화려했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줄 수 있는 위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며 “빙속 여제라 불러주시던 최고의 모습만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선수 생활은 마감하지만 국민들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모두 예상하셨듯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스케이팅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화는 “15세때 처음 국가대표가 되던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2006 토리노 올림픽에 막내로 참가해 빙판에서 넘어지지만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개인적으로 이뤄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세계기록 보유 등 3가지를 꼭 이루고 싶다고 마음 먹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며 “분에 넘치는 국민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목표는 다행히 다 이룰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상화는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계속 도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부상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이상화는 “내 의지와 다르게 항상 무릎이 문제였다. 몸이 따라주지 못했고 이 상태로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술을 하면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말에 재활과 약물치료 만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했지만 몸은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스케이트 경기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많이 실망도 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이상화는 “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 걱정되지만 여태까지 해온 것처럼 다른 일도 열심히 하려 한다”며 “그동안 국민과 함께여서 너무 행복했다. 많은 사랑과 응원 평생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새기며 살겠다. 감사했다”고 밝혔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News1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던 소치 올림픽이었다. 이상화는 “(올림픽에 앞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딴다는 징크스가 있어서 두려웠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올림픽 2연패를 했다. 깔끔하고 완벽한 레이스여서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부담감이 컸던 평창 올림픽이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메달을 못 따면 어떻게 하냐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다. 1등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선수로서의 생활은 끝났지만 이상화는 향후 지도자 또는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고픈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지도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된 후에 고민해야할 문제이지만 (지도자를 할) 의향은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2013년 11월 월드컵 2차 대회 500m에서 36초36을 기록했다. 이는 약 5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상화는 “욕심이지만 영원히 안깨졌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선수들 기량이 많이 올라와 이제는 36초대 진입이 쉬워졌다. 언젠가는 (내 기록도)깨지겠지만 1년 정도는 더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빙상연맹 공로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빙속여제’ 이상화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빙상연맹 공로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포스트 이상화를 꼽아달라는 말에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룸메이트였던 김민선을 지목했다. 이상화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력이 좋은 선수다. 내 어렸을 때 모습과 흡사한 것도 봤다”며 “500m뿐 아니라 1000m도 연습해서 최강자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상화는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전설”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 이런 선수가 있었고 그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기억되면 좋겠다. 항상 노력했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상화는 세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냈다. 4년 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도 금메달을 획득,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했다.

이상화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이상화는 500m에서 37초33을 기록,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6초94)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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