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희, 당대 풍미 섹시스타? “성인계 아이돌이 꿈”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5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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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정세희(43)는 한 시대를 풍미한 섹시 스타다. 1990년대 성인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벚꽃축제의 미녀선발대회에 참가해 주목받은 뒤 영화 ‘두 여자가 사는 법’(감독 송재범·1995), ‘넌 내꺼야’(감독 안승호·1997), ‘처녀성’(감독 서대산·2000) 등으로 사계를 대표하는 여우가 됐다.

전성기에는 어딜 가든 남자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섹시한 매력을 자신의 가장 큰 ‘무기’로 꼽는다. 지금도 “남자들의 눈빛만 보면 안다”며 “날 보고 놀라면 ‘아, 마니아구나’ 싶다. 마니아 만의 눈빛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정세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올 여름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라며 “성인가요와 미디엄템포의 댄스가 반반 섞인 곡”이라고 귀띔했다.

처음에는 ‘배우는 가수를 하면 안 된다’는 주의였다. 영화인들은 3~6개월 함께 촬영하며 연기 고민도 나누고 끈끈한 정이 있는데, “가수들은 자신들의 노래만 부르고 가지 않느냐. 삭막하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가수 제의를 6개월 동안 거절한 까닭”이다.

가창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배우 생활을 오래해 표정 연기만큼은 자신 있었다. “노래를 할 때 감정 연기가 필요하다”며 “모델 활동도 해 포즈를 취할 때 손을 탈 줄 안다. 아무리 손가락이 못생겨도 리듬을 타면 예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미 2005년 1집 ‘세이(Say)’를 발표했다. ‘틈’과 ‘꼽니’는 정세희의 개성을 가장 잘 반영한 곡이다. 특히 ‘틈’은 요즘 아이돌 그룹의 곡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세련됐다. ‘꼽니’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랫말이 흥을 돋웠다. 정세희는 무대에서 정해진 안무를 추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2001년 미국에서 살사를 배운 경험이 빛을 발했다.

“무대도 하나의 연기다. 3~5분 동안 노래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춤을 춘다. 지금도 라틴계 섹시 가수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 오히려 연습을 하면 안 나온다. ‘틀리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각에 맞춰 안무를 하는 게 아니라, 정세희가 낼 수 있는 다양한 표정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내 무대를 보면 새로운 안무가 계속 나온다.”

정세희는 2005년 앨범을 준비하던 중 뇌종양 판정을 받아 안타까움을 샀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잠깐 필름이 끊긴 것 같았다. 머릿속이 까매졌다”며 눈문을 글썽였다. 독일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완치했다. “새 삶을 살고 있다”며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돌아봤다.

“뇌종양 판정을 받아 음반 활동을 못했다. 엄마가 무대에 서는 딸의 모습을 너무나 기다렸다. 이번에 앨범을 낸다고 하니까 정말 좋아한다. 크리스마스 때 칠십 셋인 엄마가 카드를 만들어서 줘서 감동 받았다. 직접 마분지를 오려서 꾸미고, ‘메리 크리스마스’도 영어로 적었더라. 다시 활동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하니까 엄마가 행복해해 뿌듯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은 취미가 됐다. 지난해 ‘몸짱대회’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두 달 간 하루 10시간씩 운동하고 고구마, 계란, 오렌지 등으로 식이조절을 병행했다. 헬스장에서 8시간 운동 후 집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며 “실생활 운동을 했다. 체지방을 8%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덜컥 우승하고 나니 이제 트레이너가 국제대회를 추천했다며 “팔 근육이 많이 생겨서 하체 엉덩이와 복근에 집중하고 있다. 관리 안 하면서 몸매가 유지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다. 면은 아예 안 먹고 탄수화물은 반만 먹는다. 야식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정세희는 가수뿐 아니라 MC, 강연,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봉사활동을 할 때는 진심을 다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몸이 고생한 봉사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정세희의 에로틱 세상’이라는 2년 동안 글을 미디어에 기고했다. 2001년에는 자서전 ‘난 이제 당당하게 벗을 수 있다’도 출간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다”며 “안 믿기겠지만 중고등학교 때 독서부를 할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 뿔테 안경을 쓰고 책상 위에 앉아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지 않느냐. 마감 기한에 맞춰서 칼럼을 쓰고 교열을 본 뒤 넘길 때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아플 때도 칼럼을 썼다. 연예인들의 작품은 유행을 타지만, 시간이 지나만 평가가 틀려지 않느냐. 동시대 사람들보다 사후 재평가 받는 작품도 많으니까. ‘정세희는 참 당당하고 멋있었지’라는 말을 항상 듣고 싶다”는 마음이다.
영화는 2002년 특별 출연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감독 송경식)이 마지막이다. 이전처럼 많은 남성들의 기억 속에 남을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연기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워낙 많은 활동을 해 다른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그래도 옛날 골수팬들이 아직 남아 있다. 놀거리, 볼거리 없는 힘든 시기에 선물을 준 여배우라서 기억하는 것 아닐까. 친구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제작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예전에 한 캐릭터를 또 보여주면 재미없지 않느냐. 갑자기 시골 순박이를 할 수도 없고, 평범한 캐릭터는 안 당긴다. 앤절리나 졸리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여전사를 연기하고 싶다. 알고보면 액션 영화도 5편이나 찍었다.(웃음)”

카메라 밖의 정세희는 섹시한 이미지와 정반대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하다. 물론 섹시 여배우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집 아니면 헬스클럽, 찜질방에만 간다며 ”술은 입에도 못 댄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다. 주위에서 ‘에로당을 만들라’고 하더라. 칼럼을 쓸 때 사회 전반의 이슈를 꿰고 있어야 해서 뉴스를 항상 봤는데 습관이 됐다”며 웃었다.

최종 꿈은 무엇일까. “대중들이 원하고 행복해할 때까지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제껏 그래왔듯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재능기부하고 선행도 꾸준히 실천할 계획이다.

”나를 뛰어 넘는 섹시 스타는 없는 것 같다. 전무후무하지 않느냐 하하하. 성인계에서 활동한다고 공부 안 하고, 관리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 정말 성인 배우의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대학 특강도 하고 책도 내지 않았느냐. 요즘은 에일리의 ‘보여줄게’ 영상을 많이 보고 있는데, 젊은 트렌드를 잃지 않고 싶다. 성인계의 아이돌이 되는 게 꿈이다. 세상을 재미있게 살고 싶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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