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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을지로 골목, 개발과 보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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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을지로 골목, 개발과 보존 사이

송은석기자 입력 2019-01-20 11:28수정 2019-01-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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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점심이 되자 두껍게 옷을 입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을지로 좁은 골목 안으로 모여들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을지면옥 앞에서 줄을 서던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구동성 주문을 했다. ‘평양냉면 주세요!’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을지면옥을 포함한 노포(老鋪)들이 대거 철거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이 지역 음식점들은 때 아닌 ‘재개발 특수’를 누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 다방에서 한 시민이 쌍화차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을지면옥의 평양냉면.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함경북도 명천이 고향인 엄범진(83)씨는 “신문에서 을지면옥이 철거될 위기라는 기사를 읽고 마지막이 될까봐 와 봤다”며 고향의 맛이 사라지게 될 것을 걱정했다.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을지다방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다. 살가운 아주머니가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 곳은 다방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노른자 띄운 따뜻한 쌍화차를 마시려는 젊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 다방에서 젊은 여성들이 쌍화차를 맛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 다방 벽에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 간판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0년 가까이 ‘을지다방’을 운영해 온 박옥분씨(62·여)는 ‘오랜 시간 서울의 이야기와 정서를 간직한 곳’이라는 뜻의 ‘오래가게’ 간판을 가리키며 “시에서 직접 노포로 지정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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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상인의 등에 ‘재개발 반대’라는 글이 적혀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서 한 상인이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중구 청계천 ‘공구 거리’에는 굴삭기와 인부들의 건물을 부수는 소리와 ‘재개발 반대’라고 적힌 붉은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두드리는 절삭 공구의 쨍한 기계음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이 곳은 ‘도면만 가져오면 우주선도 만든다.’고 했던 곳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생겨나 우리 제조업의 뿌리라 불렸던 새벽에도 불을 밝히던 ‘공구거리’는 90년대 들어 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점차 밤이 되면 조용히 어둠과 함께 잠이 드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철거 예정인 폐건물이 놓여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철거 예정인 건물들이 노란 천에 쌓여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철거 예정인 건물들이 노란 천에 쌓여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서 철거 예정인 건물들이 노란 천에 쌓여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을지면옥을 비롯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 소유주 14명은 재개발에 반발하며 사업시행인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러한 논란이 가속화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열린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정비로 철거 위기에 놓인 노포들이 되도록 보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이 진행중인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의 전경.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8일 오후 서울 청계천변 입정동 ‘공구 거리’에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울시가 10년 이상 검토한 계획이며 박 시장 본인이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직접 홍보해놓고 하루아침에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청계천·을지로 지역 일대가 노후화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60~70년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기능으로는 21세기, 22세기를 살아갈 미래 후손들을 위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역만의 특색을 보존하면서 개발할 수 있는 방안, 그 사이에서 서울시와 상인들의 근심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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