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아버지 같은 리피 감독님, 절 잠깐 잊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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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16일 중국과 운명의 3차전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한 김영권(왼쪽)과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상 당시 광저우). 김영권 제공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한 김영권(왼쪽)과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상 당시 광저우). 김영권 제공

“그는 실수가 없는 선수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에게도 ‘그는 맨유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2016년부터 중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71·이탈리아)이 극찬한 선수는 중국 선수도, ‘빗장 수비’로 유명한 리피 감독의 고국 이탈리아 선수도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김영권(29·광저우 에버그란데)이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이뤄낸 명장 리피 감독과 김영권은 사제 관계다. 2012년 광저우에 입단한 김영권은 2014년까지 리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중국 슈퍼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달성했다. 리피 감독은 안정적 수비를 선보인 김영권을 특별히 아꼈다고 한다. 김영권의 에이전트는 “리피 감독은 김영권에게 ‘널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스트11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적는 선수가 김영권이었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하다. 이탈리아 출신 리피 감독에게 수비 상황별 대처법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끈끈한 사이인 둘은 잠시 사제의 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국은 16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중국과 2019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양 팀 모두 조 1위를 해야 8강에서 D조 1위가 유력한 강호 이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15일 현재 한국(2위)과 중국은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4-2)에서 앞선 중국이 선두에 올라 있다.

중국은 조별리그 2차전 필리핀전에서 공격력이 살아나며 3-0으로 승리했다. 어깨 부상을 입은 주포 우레이는 한국전에 결장하지만 이번 대회 2골을 기록 중인 위다바오를 경계해야 한다. 리피 감독은 “우레이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겠다.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 수비만 하지는 않겠다. 자신감 있게 득점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3위, 중국은 76위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한국이지만 기세가 오른 중국에 선제골을 내줄 경우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해 만회골을 넣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영권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상대 공격을 철저히 봉쇄해야 하는 이유다.

아시안컵에서 김영권은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김영권은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패스 차단(5회·한국 수비진 중 1위), 가로채기(5회·2위) 등 수비 전 부문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김영권은 “아시안컵은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대회다. 자만심을 버리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 18승 13무 2패의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이지만 리피 감독 부임 이후 치러진 최근 2경기에서는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김영권은 중국전 최근 2경기에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피 감독 체제의 중국과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김영권을 비롯해 수비수들은 감독 미팅 외에도 선수들끼리 수비 위치, 움직임 등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있다. 4년 전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의 아픔을 맛봤던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손흥민(토트넘) 등 주축 선수들이 4년 전보다 성장했다.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마르첼로 리피 감독#벤투호#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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