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나면 돈 벌어”… 이란인들 격분시킨 금수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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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위관료-기업인 자녀들, SNS에 호화생활 사진
비판여론에 조롱 글 올려

이란에서 대표적인 ‘금수저’로 알려진 사바 소바니가 자신의 차 안에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다. 사바 소바니 인스타그램
이란에서 대표적인 ‘금수저’로 알려진 사바 소바니가 자신의 차 안에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다. 사바 소바니 인스타그램
“내 화려한 사진을 볼 시간이 있다면 돈 벌 방법이나 찾아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요트와 스포츠카, 명품으로 둘러싸인 일상을 공개하며 이란에서 ‘금수저’ 스타가 된 사바 소바니가 최근 남긴 글이다.

전 베네수엘라 주재 이란대사의 아들로, 팔로어가 수만 명에 이르는 소바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고급 클럽에서 ‘백만장자가 여기 있다’는 팻말을 들고 춤을 추며 환호하는 사진과 100달러짜리 현금 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한 백화점에선 카르티에, 루이뷔통 같은 고가 브랜드 가방 여러 개를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널찍한 고급 차 안을 독차지한 채 웃기도 하고, 흰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요트 갑판에 누워 아이스박스에 담긴 차가운 샴페인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사치를 비판하는 여론에는 “나를 질투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써버릴 생각인가”라는 조롱조의 글로 맞대응한다.

중동 전문 뉴스 사이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12일 소바니 같은 이란의 금수저들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해 민생고를 겪는 시민들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도의 경제·금융 제재 이후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인의 자녀들은 서민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민의 일상생활은 거의 투쟁에 가깝다. 미국의 2단계 제재 복원(11월 5일)을 전후한 한 달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과일이나 생선 등 식탁 물가 상승폭이 가장 크다. 젊은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300만∼350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져 문을 닫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어 실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 레자 데라크샤니는 “이란 젊은층 상당수가 결혼식을 올리거나 집을 구할 돈이 없어 결혼도 미루는 상황이다”라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환율 조작’ 등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경제사범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다. 경제 불안으로 요동치는 사회에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다. 이란 이슬람혁명법원 ‘반(反)부패 특별재판소’는 최근 경제사범 30명에게 징역 20년씩을 선고했다. 모두 뇌물 수수, 횡령, 경제 파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외환 딜러들이다.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부당이득은 모두 압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란인들 격분시킨 금수저들#sns 호화생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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