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소녀’ 김다래 “연예계 떠난 이유? 일·사람에 지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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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1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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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영 김다래 박준형 김인석(왼쪽부터) / 뉴스1
권진영 김다래 박준형 김인석(왼쪽부터) / 뉴스1
2000년대 초반은 스탠드업 개그 프로그램의 황금기였다. 그 가운데 선두에 선 KBS 2TV ‘개그콘서트’는 수많은 스타 코미디언을 탄생시킨 곳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말만 하면 유행어가 되고, 출연하면 스타로 떠오르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함께한 이들은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누군가는 연예계를 잠시 떠났고, 또 다른 이는 새로운 분야에 개척, 도전했다.

그때 그 ‘OB’들이 ‘갈갈이 패밀리 2018 개그콘서트’로 다시 뭉쳤다. 지난 8월 ‘코미디위크 in 홍대’를 통해 개그를 향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 뒤, 공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다시 의기투합한 것. ‘맏형’ 박준형은 추억을 함께 쌓은 개그계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모든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무대를 그리워했던 정예 멤버들이 다시 뭉쳤기에 재미가 폭발한 건 당연했다.

‘개그계 레전드’들은 오는 11월 10일 열리는 ‘갈갈이 패밀리 2018 개그콘서트’를 통해 또 한 번 추억의 웃음을 전한다. 최근 ‘개콘’ OB들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그중 인기 코너 ‘우비 삼남매’의 박준형 권진영 김다래와 알프레도 캐릭터로 인기를 끈 김인석을 만났다. 특히 이들 중 김다래는 ‘우비 삼남매’ 이후 오랜 기간 방송계를 떠나 있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어느덧 40대가 돼 만난 이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네 사람은 그간의 회포를 푸는 한편, 서로 ‘디스’를 주고받고 추억을 소환하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쾌하고 즐거운 자리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 김다래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어떻게 지냈나.

▶ (김다래) 나는 계속 시골에서 지냈다. 지금은 서울과 제천을 오가면서 지낸다. 원래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시골에서 토마토따고 딸기 따고 봉숭아물 들이고 그랬다. (웃음)

- 한창 우비소녀로 인기를 많이 얻었는데, 돌연 연예 활동을 접은 이유는 뭔가.

▶ (김다래) 서울에서 몇 년 지냈다. 지쳤다. 일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나 스스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치는 게 싫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도 내가 워낙 유리심장이어서 잘 깨지고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시골로 내려왔는데 너무 편하다. 마음이 편해졌다.

- 무대가 그립진 않았나.

▶ (김다래) 그리울 때도 있었다. TV에 친구들 나오는 것 보면 그리움도 느껴지고 우울한 마음도 생겼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지금도 나의 삶이고, 열심히 사는 것도 나의 삶이다.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었는데 현대인들이 너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고 하더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요즘 뭐하니?’가 당연한 질문이지 않나. 그냥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남들이 보기에 나의 삶이 무기력해보일 수 있지만 그건 그냥 타인의 시선에 맡기기로 했다. 원래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타인의 시선은 타인의 영역이니까 나를 이해하든 오해하든 그건 그의 몫으로 뒀다.

▶ (김인석) 나는 한번은 다래에게 왜 연예인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어떻게 연예인이 됐나.

▶ (김다래) 나는 중3때부터 청소년 드라마에도 출연하면서 이쪽 일을 했다. 그때는 너무 좋았으니까 일을 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입은 상처가 쌓였다.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았다. 그게 힘들었다.

▶ (김인석) 아냐. ‘나는 너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는데, 네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밀어낸다고 할까. 다래와 더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동료가 많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어쩌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걸 다들 모르고 지나친 것 같다.

▶ (김다래) 그때는 다들 어렸고, 일단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

- 최근에 우비삼남매가 모여서 회포를 푸는 시간도 가졌다고. 어떤 분위기였나.

▶ (박준형) 우비삼남매 회식을 했는데 다래가 너무 좋아했다. 더욱 성숙한 모습이었다. 과거에 상처를 받았던 것들도 많이 회복이 된 것 같다. 본인이 스스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 (김인석) 사람마다 상처와 회복 기간이 다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일인데 누군가에게는 일을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큰 일인 것이다.

▶ (김다래) 맞다. 통각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별거 아니잖아’라고 하는 건 타인에게 강요가 될 수도 있으니까.

▶ (박준형) 너무 순간적으로 인기를 얻다 보니 관심이 힘들었을 수 있다. 다래도 그렇지만 진영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 김다래와 가깝게 지낸 동료는 누군가.

▶ (김다래) 정형돈과는 지금도 연락한다. 신인 때부터 제일 친하다. 서로 고민 상담도 많이 했다. 성격이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한다. 예전에 정형돈이 있는 ‘무한도전’에 잠깐 출연한 적 있는데 말도 잘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다들 ‘방송 욕심 없냐’고 했다. 못 웃기고 그냥 웃다가 왔다.

-동료들이 어느덧 결혼도 하고 부모가 됐다. 김다래는 결혼 생각은 없나.

▶ (김다래) 결혼 생각은 없다. 원래는 내가 짝사랑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짝사랑도 안 한다.

▶ (권진영) 나는 좀 의존적인 편인데, 다래는 혼자서 뭐든 다 잘 하는 편이다. 혼자서 여행도 가고 독립적이다.

▶ (김인석) 다래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편이어서 짝사랑을 많이 했다. 다래와 만나려면 굉장히 매력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 (권진영) 예전에는 그나마 얼굴을 안 봤는데 요즘에는 얼굴까지 보는 것 같다.(웃음)

▶ (김다래) 하와이 여행도 혼자 가곤 한다.(웃음) 드라마 보면 혼자 가는 여행에서 옆자리에 멋진 사람이 타곤 하지 않나.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더라.

▶ (김인석)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환상이 큰 거다.

- 김다래는 개그뿐만 아니라 연기 활동도 했었다. 앞으로 다른 활동도 계획은 없나.

▶ (김다래)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 않나. 지금은 시골에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한다. 계속 부모님과 지낼 생각이다.

▶ (권진영) 걱정도 했는데 잘 지내는 것 같다.(웃음) 집 형편도 괜찮은 것 같아서 지금은 (걱정 안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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