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논란’ 이외수 “독서량 부족할수록 난독증 심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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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2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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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외수 작가 페이스북
사진=이외수 작가 페이스북
단풍을 ‘저 년’이라고 표현하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보지 말아라”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이외수 작가(72)가 12일 ‘독서량과 난독증’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일부 누리꾼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 작가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서량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난독증이 심하고, 난독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작가의 의도를 간파하거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김소월이 다시 살아난다면, 당신 보기가 역겨운데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집단적으로 희생당해야 하느냐고, 시인이라는 작자가 이 따위로 자연훼손을 조장해도 되느냐고, 노골적으로 따지면서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실 지도 모른다. 써글”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작가는 이어 해당 글 댓글을 통해 “비아냥거리거나 시비조로 댓글 달면 가차 없이 차단 삭제하겠다. 특히 자신의 우매함을 무슨 벼슬처럼 과시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의 배설물. 공해다”라고 적었다.

또 일부 누리꾼을 겨냥해 “너님이 내 글을 쓰레기 취급할 권리가 있다면 나님도 니 글을 쓰레기 취급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쓰레기는 그대 집 담벼락 밑이나 그대 집 쓰레기통에다 버리세요”라며 “모처럼 청소하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단풍’ 글에 대한 이 작가의 해명글을 캡처해 올리며 “진짜 모르겠어서 질문 드리는데 ‘화냥기’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면 ‘해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느끼고 못 느끼고는 그대의 독해력 수준에 달려 있는 것이니 답변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죄송하다”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이는 이 작가가 지난 10일 단풍을 주제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된 후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과 악플이 이어지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작가는 10일 단풍 사진과 함께 “단풍.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남자를 밝히는 여자의 바람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진 몰골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적었다.

사진=이외수 작가 페이스북
사진=이외수 작가 페이스북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 작가의 글 속의 욕설과 ‘화냥기’라는 문구가 여성을 비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작가의 글을 문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이 작가는 해당 글 댓글을 통해 “위 단풍이라는 제목의 글에 쓴 화냥기라는 표현은 단풍의 비극적이면서도 해학적이면서 처절한 아픔까지 함유한 단어를 선택하려는 의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둥 여성을 비하했다는 둥 하는 비난은 제 표현력이 부족한 결과로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우월을 표출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작가는 이어 다음날인 11일엔 류근 시인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했다.

류 시인은 해당 글에서 “‘화냥기’라는 비유 때문에 이외수 샘이 또(!) 온갖 폭격을 맞고 있는 장면. 나는(우리는) 생각지도 못 했지만, 함부로 사용했던 ‘비유’가 누군가에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 미안하게도 남들보다 1센티미터 더 ‘화냥녀’의 역사를 알고 있는 나도, 저 시에서 그냥 이외수 감성 특유의 슬픔과 상처의 코드를 느꼈을 뿐인데 이젠, 그조차 ‘젠더 의식의 결여’, ‘여혐’의 코드로 읽혀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류 시인은 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해명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한 뒤 이 작가가 바로 해명글을 올렸다며 “나는 저토록 담백한 해명이 바로 나올 줄 몰랐다. 저 진심이 밟히는 세상이라면 우린 어찌 살아야 하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화냥년’, ‘화냥기’라는 말 함부로 썼던 우리 세대는 언제 한 번 반성한 적 있는가. 아니, 화냥년, 화냥기 만든 역사 제대로 반성한 적 있는가”라며 “우리 모두 버릴 말을 버리세. 그렇게 화해하세. 나는 문학인이 버려야 할 말이 많아진 세상이 참 무섭긴 하네만, 버릴 말은 버리고 받을 말은 받아야지”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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