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민어, 한여름 보양식의 ‘甲’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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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산하복집의 ‘민어회’. 석창인 씨 제공
수원 산하복집의 ‘민어회’.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평소 아재개그랍시고 아주 추운 날에는 “날씨가 많이 시원하다!”고 하고 그 반대일 경우엔 “날씨가 참 따뜻하다!”라며 농을 하면 친구들은 피식 웃으면서도 잠시나마 추위나 더위를 잊곤 합니다. 올해 유난한 무더위도 분명 이달이 지나면 꺾일 것이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제목에 빗대어 ‘그해 여름은 따뜻했네’ 하는 추억거리가 되겠지요.

복날 염천에 저만의 여름나기 비법을 굳이 말한다면, 여름 생선 3종 세트 정복입니다. 대형 병어(덕자)를 시작으로 갯장어(하모) 그리고 민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세 생선은 가격이 좀 비쌉니다. 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종이 아닌 것이지요. 고약하게도 민어는 백성 민(民)에 물고기 어(魚)를 씁니다. 원래는 면어(면魚)라 불렀다는데 면어의 중국 발음이 민어와 유사하여 그리 바뀌었다는 설도 있군요.

옛 양반들의 글에도 심심치 않게 민어가 등장합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큰 것은 길이가 4, 5자이다. 비늘과 입이 크고 맛이 담담하고 좋다. 날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를 만든다.’

압권은 추사 김정희 선생입니다. 팔불식(八不食)을 외치며 섭생에 철저했던 공자님을 흠모해서일까요? 유배 중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민어를 연하고 무름한 것으로 가려 사서 보내게 하십시오. 내려온 것은 살이 썩어 먹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진장(陳醬·검정콩으로 쑨 메주로 담가 빛이 까만 간장)도 보내고 아울러 좋은 겨자와 어란까지 부탁합니다.

예부터 여름 보양식으로 ‘민어찜이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 하였으나 최근엔 보신탕 열풍이 많이 사그라진 듯하고, 도미 요리도 흔치 않습니다. 그 자리를 삼계탕이나 백숙이 차지한 느낌입니다.

위에 언급한 여름 생선 3종 세트에는 필자 나름의 순서가 있습니다. 6월이 시작돼 에어컨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병어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 즈음 병어는 고소한 버터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초복 전후부터는 갯장어회와 샤부샤부로 옮겨 가고, 말복이 다가오면 민어를 찾기 시작하지만 민어 값이 다락처럼 오릅니다. 차라리 말복이 지난 뒤부터 8월 말까지 민어를 찾는다면 일반 백성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됩니다.

며칠 전 민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마침 옆자리에 머리는 짧고 팔뚝엔 무늬가 요란한 손님들이 앉았습니다. 탕은 팔팔 끓는데 등 자락엔 식은땀이 흐릅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복날 더위 이기는 데 민어를 따라올 음식이 없어 보입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산하복집 경기 수원시 장안구 만석로 203 민어회(중) 6만 원

○ 노들강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14길 21 민어회(중) 8만 원

○ 경남횟집 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25 민어회(소) 8만 원
#민어회#산하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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