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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56〉왕실 해열제로 쓰였던 메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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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56〉왕실 해열제로 쓰였던 메밀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입력 2018-07-23 03:00수정 2018-07-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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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종기는 세종, 문종으로부터 효종과 정조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왕들을 가장 많이 괴롭힌 질병이었다. 효종은 종기에서 나온 출혈이 멈추지 않아 숨을 거뒀고, 정조는 종기를 치료하다 목숨을 잃었다.

한의학은 종기의 원인을 몸속에 쌓인 ‘화(火)’ 때문이라고 본다. 동의보감은 “분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자기의 뜻을 이루지 못하면 흔히 이런 병이 생긴다”고 했다. 정조 24년 6월 21일 어의들은 종기로 인해 목숨이 경각에 처한 왕에게 목맥반이라는 처방을 내려 크게 효험을 봤다. 주재료는 메밀이었다. 메밀의 서늘한 성질을 이용해 종기의 열을 내린 처방. 메밀의 한자어는 ‘교맥(蕎麥)’이지만 조선 왕실은 ‘목맥(木麥)’이라 불렀다. 목맥수 또는 목맥차로 불린 메밀차는 조선 왕실이 사랑한 비전(비傳)의 처방이었다.

영조 때 영의정 유석기는 “감기 치료에는 반드시 메밀미음을 쓴다”고 자랑했고, 호조판서 이창의는 영조에게 “감기에 의한 열을 내리는 데는 메밀차가 최고”라고 권했다. 실제 왕실 또한 감기를 치료하는 데 메밀 음식을 적극 활용했다. 영조 27년 8월 극심한 무더위로 인해 밥맛을 잃은 영조는 점심 수라상을 물리고 메밀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런데 저녁에 또다시 몸에 열이 오르고 속이 불편해지자 이번엔 메밀차를 시켜 먹었을 정도다.

메밀껍질은 베개 속 재료로도 각광받았다. 머리에 열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한 조상들의 처방이었다. 메밀껍질 사이로 통풍이 잘돼 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건 덤이다. 메밀은 그 성질이 본디 차가운, 음기(陰氣)를 지닌 곡식이다. 음기는 내부로 수축해 탄력을 유지하고 양기는 외부로 팽창해 늘어난다. 옛날 마을 부녀자들이 긴긴 겨울밤 끼리끼리 모여 메밀묵을 추렴해 먹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속설이 됐지만, 조선시대엔 메밀을 먹으면 여성의 가슴이나 허벅지 등에 탄력이 생긴다는 게 정설로 치부됐다.

메밀은 성질이 찬 만큼 소화에는 다소 부담을 주는 음식이다. 중국 당나라 명의 맹선은 ‘식료본초’에서 “메밀은 냉물(冷物)로서 소화가 잘 안 된다”고 적었다. 메밀국수를 무가 들어간 소스와 함께 먹는 것도 메밀의 소화를 돕기 위해서다. 한겨울 메밀 냉면을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풍습도 이런 음식 궁합에서 비롯됐다. 메밀로 만든 전병에 양념한 무를 넣어 만든 제주 빙떡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 토속 음식이다.

메밀의 씨는 검은빛을 띤 갈색으로 약간 긴 세모꼴이다. 씨를 갈아서 검은 껍질 부분을 벗기고 가루를 낸 것이 메밀가루다. 씨의 중심부만을 가루 낸 것은 빛깔이 희다. 막국수는 현미처럼 껍질을 포함해 만들기 때문에 색깔이 검다. 메밀에는 루틴 성분이 많다. 혈관의 탄력을 좋게 하고 동맥경화를 막아주며 혈전을 제거해 주는 성분이다. 메밀꽃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잎에 많고 줄기에 가장 적다. 메밀가루를 묵으로 만들어 하루 두 끼씩 먹은 결과, 고혈압과 두통이 개선되고 동맥경화로 인한 목 뻣뻣한 느낌, 귀울림(이명) 증상이 호전됐다는 임상연구 결과도 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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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메밀#메밀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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