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봄비의 경제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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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이번 주에 반가운 봄비가 왔다. 가뭄에 소중한 단비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자원으로 취급하는 데 더 이상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겨울은 한파와 함께 겨울가뭄에 시달렸다. 지난겨울 3개월 강수량은 75.6mm로 평년의 86.9%인 비교적 마른 겨울이 됐다. 다행히 올봄 3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강수량은 76.6mm로 같은 기간 평년 대비 273% 증가했다.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200mm 정도의 강수량이 필요하지만 그나마 전국의 제한급수 해소와 저수지, 댐에 물을 일부라도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듯 봄비는 우리에게 경제적, 심리적인 귀중한 자산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뭄 끝에 오는 봄비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 봄비의 가치는 먼저 수자원의 확보와 가뭄 해소에 기여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강수량을 전량 수자원으로 가정하면 증발로 손실되는 수자원의 양은 42%이고 바다로 유입되는 수자원 양은 18%이다.

직·간접적으로 하천으로 흐르는 유출률은 나머지 40%이다. 이를 전 국토에 3월 동안 내린 강수량으로 수자원 총 이용 가능 양을 구하면 약 50억 t이다.

수도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팔당댐의 총 저수용량이 2억4000만 t이므로 스무 개가 넘는 팔당댐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기상청과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댐 저수용량의 용수가격은 t당 약 50원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고 한다. 원수판매율을 고려하면 보름 동안 봄비로 약 1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본 셈이다.

봄비의 최대 경제적 효과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저감 효과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4월 약 30mm 봄비의 경우 대기질 개선 효과는 비의 세정 효과로 주요 대기오염물질이 감소된 양에 1kg당 피해 비용을 총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약 30mm의 봄비로 대기질 개선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한 결과 총 1754억 원이 산출되었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의 고착화로 생·공·농업용수 부족, 하천 유량 변동에 따른 수자원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7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2025년이면 30억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국립기후조사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강 925개를 분석한 결과 태평양으로 유입되는 강물은 매년 6%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계은행에서도 물산업이 21세기 석유산업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1세기 이후 전쟁의 목적은 ‘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제 물시장(Global Water Market)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물산업의 규모는 향후 약 7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는 수자원 개발, 상수도, 하수도, 관개용수 분야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은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로 전환되고 있고 이는 ‘물은 곧 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물의 소중함과 경각심을 가져 신기후 체제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장석환 아시아하천복원네트워크 의장 대진대 교수
#봄비#가뭄#비의 경제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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