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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치닫는 치명적 사랑… 둘도 없는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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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치닫는 치명적 사랑… 둘도 없는 파트너”

이설 기자 입력 2018-03-23 03:00수정 2018-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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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마농’ 29년만에 전막 공연
남녀 주인공의 유쾌 상쾌한 수다
프랑스 오페라 ‘마농’ 주인공을 맡은 국윤종(오른쪽) 손지혜 씨는 첫 만남이지만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서로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허심탄회하게 작품에 대해 토론하며 금세 친해졌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손지혜 선생요? 외모는 순수하지만 연기는 마농 이상으로 농염해요.”

“국윤종 선생님은 인상도, 마음도, 소리도 치명적으로 푸근합니다.”

테너 국윤종 씨(42)와 소프라노 손지혜 씨(37)는 “오페라 주역답지 않게 까다롭지 않고 털털한 파트너”라고 서로를 칭찬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5∼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프랑스 오페라 ‘마농’의 주인공을 맡았다. 이들을 19일 만났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진실한 이야기’가 원작인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대표작. 국립오페라 창단 이래 첫 공연이자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 공연 이후 29년 만의 전막(5막) 공연이다.

두 사람은 “마농은 힘들지만 매력 넘치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극한에 다다른 인간의 정념을 실감나게 묘사하고”(손 씨) “사회 각지의 부정과 비리의 축약판 같은 작품”(국 씨)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소녀 마농이 수녀원을 향하던 중 젊은 귀족 기사 데 그리외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다. 데 그리외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꾀하지만 마농이 부유한 귀족 브레티니를 만나 데 그리외를 버린다.

충격을 받은 데 그리외가 신부가 됐다는 소식에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가는 마농. 하지만 생활고가 닥치자 마농은 데 그리외를 도박장으로 이끌고 둘은 감옥에 가게 된다. 데 그리외는 아버지의 힘으로 풀려나지만 마농은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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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씨는 자신과 데 그리외가 많이 닮았다고 했다. “아버지, 마농, 신 등 믿음이 생기면 상대에게 대책 없이 빠져버리는 점이 비슷해요. 하지만 저는 가정을 이뤄 데 그리외처럼 모든 걸 던질 자신은 없습니다.” 반면 손 씨는 거대한 욕망에 이끌려 사치와 향락에 중독된 마농과 자신은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에 국 씨가 반문했다.

“지혜 씨는 음악적으로 굉장히 용기가 있어요. 치열하게 연구한 뒤 자신 있게 새로운 길에 도전하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농과 닮았어요.”

두 사람은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상의 테너와 소프라노. 하지만 걸어온 길은 정반대다. 손 씨는 12세에 성악을 시작해 예원학교와 서울대 성악과를 거친 정통파다. 국 씨는 공대에 진학한 후 군대에 다녀와 뒤늦게 연세대 성악과에 들어갔다.

국 씨는 “시작이 늦다는 불안감에 하루 10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연습했다. 지난 10년간 운이 좋아 해외 무대 등에서 주역을 맡았지만 최근에야 불안감을 조금씩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손 씨는 “어려서부터 음악만 해 왔기에 열정이 다소 부족했다”며 “서른 살이 넘어 슬럼프를 겪은 후에야 오페라에 재미를 느끼며 열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오페라를 준비하다 보면 각종 갈등이 불거지는데 이렇게 분위기 좋은 팀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은 “연출자 뱅상 부사르가 연주자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역량을 최대치로 이끌어낸다. 한 번 무대에 올리고 말기엔 아까운 공연”이라며 “우리도 해외처럼 의상, 무대 장식 등을 보관한 뒤 다시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로 무대에서 ‘짠’ 하고 나타나는 단독 공연보다 조금씩 연습하며 동료들과 알아가는 오페라가 좋아요. 살짝 내성적인 면이 있거든요. 어떤 무대에 서든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가닿고 싶어요.”(손 씨)

“20대에는 ‘화’가 많았는데 노래를 통해 발산했어요. 무대에 서고 노래하고 사색하며 얻은 단상들을 노트에 기록하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책으로 펴낼 생각입니다.”(국 씨)

4월 5∼8일 목·금 오후 7시 반, 토·일 오후 3시. 1만∼15만 원. 1588-2514
 
이설 기자 snow@donga.com
#테너 국윤종#소프라노 손지혜#프랑스 오페라 마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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