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달리는 모습 7시간 방송… 시청률 20%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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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슬로 티비’ 큰 인기… 연어의 산란여행 18시간 노출도
한국, 실험단계… 채널A 당찬 도전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2009년 방송한 ‘슬로티비’. 노르웨이 베르겐∼오슬로 구간 기차 앞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주변 경관을 그대로 방영했다. NRK TV 화면 캡처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2009년 방송한 ‘슬로티비’. 노르웨이 베르겐∼오슬로 구간 기차 앞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주변 경관을 그대로 방영했다. NRK TV 화면 캡처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슬로 티비’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프로그램은 베르겐∼오슬로행 기차 앞머리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520km를 달리는 모습을 7시간 동안 내보냈다. ‘슬로 티비’는 성우의 내레이션이나 영상 편집, 해설, 자막도 없이 시청률 2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NRK는 그 뒤로도 뜨개질하기(8시간), 장작 태우기(12시간), 연어의 산란여행(18시간), 피오르 해안을 항해하는 유람선(6일) 등을 방영했다. 영국,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잇따랐다. 시끄럽고 번잡한 일과에 지친 현대인에게 방송은 무념무상 시간을 통해 위로를 전했다.

최근 3, 4년 사이 국내 방송계에도 이런 ‘슬로’ 경향이 조금씩 나타났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이경규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쉬기만 한 ‘눕방’이 의외의 선전을 거둬 화제가 됐다. 2016년 올리브tv의 ‘조용한 식사’는 출연자가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식사만 하는 형태로 지나친 자극이나 서사 장치를 생략했다. tvN ‘삼시세끼’도 문명의 편리함을 멀리하는 ‘슬로 라이프’를 추구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한국형 ‘슬로 티비’ 프로그램들은 한계가 분명했다. 출연자 중심적으로 ‘토크’에 기대는 경향이 컸다. 결국 힐링이나 여유보다는 ‘자연에서의 생존’이나 ‘요리 만들기’ 같은 목적성도 분명했다. 여전히 출연자 심리나 상황을 설명하는 주입식 자막이나 효과음이 넘쳐나 과감한 모험은 피해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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