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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큰 절… 김보름 ‘눈물의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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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큰 절… 김보름 ‘눈물의 은메달’

김배중기자 입력 2018-02-26 03:00수정 2018-0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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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매스스타트 간발의 차 2위
팀추월 ‘왕따 논란’ 중심에 서며 며칠간 훈련 못하다 마음 추스려
김보름이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다 관중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김보름은 레이스를 마친 뒤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며 울먹였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기쁜 순간이었지만 한 번도 못 웃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아주 잠시 두 주먹을 불끈 쥐다 만 그는 한동안 감독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 앞에 두 차례 큰절을 올렸다. 사죄의 의미였다.

김보름(25·강원도청)이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일본의 다카키 나나(26)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빙속여제’ 이상화(29)에 이어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승훈(30)이 금메달을 획득하기 전에 한국의 초대 매스스타트 메달이 나온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보름은 단상 두 번째 높은 곳에서도 땅을 쳐다본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경기 후 계속 울먹이다 말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만큼 ‘값진 은메달’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김보름은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선에서 ‘왕따 논란’을 일으켜 대중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레이스 막판 김보름과 박지우(20)가 가장 뒤에서 달리던 노선영(29)과 격차를 벌린 채 결승선을 통과한 것. 경기 후 동료를 탓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비웃는 듯한 표정이 대중의 감정에 불을 붙였다. 비난 여론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참여한 국민이 60만 명을 넘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보름은 마음고생도 심했다. 이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며칠을 울며 지냈다. 21일 팀추월 7, 8위전에서는 홈 관중의 야유도 들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식음도 전폐했다. 동료 선수에게 강제로 끌려 나가 햄버거 하나를 겨우 먹었다. 심리치료사뿐 아니라 23일에는 체육인 전법단 스님들이 선수촌을 찾아 김보름을 위로했다. 마음을 추스른 김보름도 “오늘(24일) 경기장에서 응원해준 관중 분들의 함성이 힘이 됐다”며 참회를 준비했다. 남자부 정재원(17·동북고) 같은 팀 플레이어 없이 홀로 경쟁자들과 싸웠다.

김보름의 ‘참회의 역주’에 여론도 차츰 돌아섰다. 경기장의 한 관중은 “어른들 잘못인데 과잉반응했던 것 같다. 가장 기쁜 순간을 맞이하고도 웃지 못한 어린 선수를 위해 열심히 박수쳤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포기하지 않고 잘 일어섰다. 메달보다 값진 교훈을 함께 얻었을 김 선수에게 올림픽이 남다른 의미로 남기 바란다”는 격려의 글을 남겼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김보름#다카키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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