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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작년 결혼… “호호, 우린 유엔이 맺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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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작년 결혼… “호호, 우린 유엔이 맺어준 인연”

조윤경 기자 입력 2018-01-22 03:00수정 2018-01-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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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네덜란드 출신 판쥐트펀씨… 아프간 구호활동하다 처음 만나
2014년 재난현장 누비다 연인으로… 성당서 하객 30명 불러 조촐히 치러
“北서 인도 지원 요청땐 달려갈것”
“요즘 크게 바깥으로 드러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개인사가 알려져서 쑥스럽네요. 그냥 유엔이 맺어준 인연이라고나 할까요.”

21일 오후 전화를 받은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의 한비야 교장(60)은 연신 “뭘 이런 걸 기사화까지…”라며 부끄러워했다. 국제구호활동 전문가로 유명한 그의 결혼이 뒤늦게 알려진 것에 대해 “지난해 말 네덜란드 긴급구호 전문가인 안토니위스 판쥐트펀 씨(67)와 결혼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구호활동에 평생을 바친 두 사람답게 첫 인연은 2002년 중동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 긴급구호 현장이었다. 당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었던 한 교장의 첫 해외 파견지이기도 하다. 판쥐트펀 씨는 월드비전 중동지역 책임자로 한 교장에겐 직장상사였던 셈이다.

“어리바리한 햇병아리 구호요원과 베테랑의 만남이었습니다. 안톤(판쥐트펀의 애칭)은 ‘갓 일을 시작한, 훈련도 제대로 안 된 사람이 이런 위험한 지역에 오는 게 말이 되냐’며 저를 반대했어요. 초기에 2시간 동안 본부 무전을 깜빡하자 ‘우리는 너의 베이비시터가 아니다. 너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 돼’라며 혼내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선 굉장히 엄격한 그에게 존경심을 느끼긴 했지만, 처음부터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죠.”

하지만 이후 판쥐트펀 씨는 한 교장에게 든든한 ‘멘토’가 됐다. 한 교장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활동했을 때도 이메일과 전화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2009년 미국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인도적 지원학’ 석사과정을 밟을 것을 조언한 것도 그였다.

“안톤으로부터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눈물부터 흘리고 화가 나는 저와 달리, 그는 원칙을 지키며 매뉴얼대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요. 배울 게 너무나 무궁무진한 사람이었어요.”

직장동료이자 사제지간이던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조금씩 가까운 사이가 됐다. 2014년 한 교장이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할 때, 판쥐트펀 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감정을 확신했다.


“둘 다 산과 마라톤을 좋아해요. 같은 가톨릭 신자이고 직업도 비슷하지요. 2016년 함께 스위스 몽블랑산을 1주일 동안 트레킹하면서, 평생을 같이해도 괜찮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등산을 하면 동행자의 좋은 면과 부족한 면을 다 볼 수 있거든요.”

결혼식은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성당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하객은 주례와 가족을 포함해 40명이 채 안 됐다. 부부는 답례품으로 “설탕처럼 달콤하게, 소금처럼 짭짤하게 살겠습니다”라고 적힌 소금과 설탕을 선물했다.

“당분간 양국을 오가며 지낼 예정입니다.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 반년은 각자. 두 사람 처지에 맞는 결혼 생활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에요. 많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각자의 일과 공간을 인정해 주는 ‘가장 적합한 결혼 형태’지요.”

현재 한 교장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판쥐트펀 씨는 현재는 은퇴했으나 긴급구호 컨설턴트로 다양한 기관에 조언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부부는 어떤 꿈을 함께 꾸고 있을까.

“국제 인도적 지원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미안하고 아쉬운 지역은 북한이에요. 앞으로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면 둘 다 언제라도 한달음에 달려갈 계획입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한비야 결혼#판쥐트펀#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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