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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탈북 군인 오청성의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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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탈북 군인 오청성의 얼굴을 보고 싶다

양회성기자 입력 2017-12-17 17:01수정 2017-12-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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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영화 같은 탈출극을 펼치며 북한군 병사 한 명이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넘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자유의 대가는 팔, 다리, 장기 할 것 없이 파고든 총알. 한 때 적군이었던 이 청년이 어떻게든 살아나길 바라던 국민들의 눈과 귀는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쏠렸다. 기자들도 교대로 병원 근처를 지켰다. 철통 보안 속에서 지내던 이 청년은 지난 금요일인 15일 아주대병원에서 분당의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분간 그의 얼굴을 찍을 수는 없다. 그가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해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위해 나의 카메라 앞에 서길 기대하며 지난 한 달여간 그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던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11월 14일 당일
11월 14일 0시경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문틈으로 전날 귀순한 북한군 하전사의 한쪽 발과 다리 일부가 보인다. 이 병사는 7군데 이상의 내장 파열이 발견돼 이 시간까지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링거에 적인 이름은 ‘무명남’.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미 이날 오후 수술실로 옮겨지는 모습이 수원에 주재하는 통신사 카메라를 통해 보도됐다. 한 발 늦긴 했지만 자정이 다 된 시각, 뒤늦게 현장으로 향했던 전영한 기자로부터 다행스럽게도 몇 장의 사진이 전송 됐다. 수술 후 회복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의 발가락이 창문 틈으로 포착이 됐던 것.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그의 침대에 붙어 있는 “무명씨”로 그의 존재가 사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11월 15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앞은 유난히 그늘이 많았고 바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 시기 소비한 핫팩과 뜨거운 커피가 올 겨울 비축분량의 대부분이었으리라. 이국종 센터장은 기자들에게 병사의 이름이 ‘오창성’ 이라는 것과 수술 경과 등을 전했다.

#11월 24일
11월 24일 밤 북한군 병사가 옮긴 일반병실로 추정되는 아주대병원 13층에서 간호사가 치료를 하고 있다.주변에는 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오창성 씨가 입원해 있는 VIP병실의 소재가 파악됐다. 낮에는 노출차이 때문에 찍기가 힘들어 안철민 기자는 밤까지 기다렸다. 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간호사들의 모습이 포착됐을 뿐, 오 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후 오 씨가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며, 곧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군과 국정원의 본격적인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진부 기자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내려졌다. 이송 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 그렇게 사진부 기자들은 밖에서 핫팩을 벗기며 또 하염없이 기다렸다.

#12월15일
꼬박 한 달을 채웠다. 현장에 남아있는 언론사도 이제 별로 없다. 병원 내 지상 출입구가 14곳으로 파악되면서 작정하고 빼돌릴 경우 포착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헬기로 이송할 경우 그나마 눈에 보일텐데…’ 하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옥상헬기장은 겨울철 안전상의 이유로 환자 수송용으로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도 들렸다. 이날 당번이었던 기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 맞은편 아파트 옥상으로 올랐다. 한강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핫팩을 또 깠다.

군 의료헬기가 14일 오후 북한군 병사 오창성 씨를 군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옥상헬기장으로 착륙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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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뒤로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800mm렌즈로 들여다보니 군용 의무수송헬기.

‘앗싸…’

1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옥상에서 이국종 교수(왼쪽) 등 의료진이 북한 귀순병사 오창성 씨가 누워 있는 환자용 침대를 옮기고 있다. 오 씨는 군 헬기를 이용해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졌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지 32일 만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헬기가 옥상 착륙장에 랜딩하자 이국종 교수가 앞서 나와 의료진을 이끌었다. 뒤이어 옮겨지는 환자용 침대에는 마스크와 비니를 쓴 오창성 씨가 누워있었다. 겨우 고개만 좌우로 돌리며 주위를 살피던 오 씨는 의료진과 함께 무사히 헬기에 올랐다.

군대는 다시 안 가겠다던 오 씨는 그렇게 군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 모습이 토요일자 지면에 게재되며 한 달 기다림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의 치료를 전담했던 이국종 교수는 첫 브리핑에서 “(오창성 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혈한 피로, 그 피가 지금 몸에 돌아서 살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와 피를 나누기까지 한 그 청년이 건강한 모습으로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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