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9>방탄소년단이 中 출신?…한국서 보는 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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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탄소년단에 대한 트윗 내용
받탄소년단에 대한 트윗 내용
“Just listened to Fire by Bangtan Boys. Amazing! Love the Chinese.” (방금 방탄소년단의 노래 ‘Fire’를 들었다. 멋지다. 이 중국 소년들을 좋아한다).

요즘 미국에서 BTS(방탄소년단)가 인기 있는 건 알겠는데 이게 무슨 얘기냐 구요. 지난해 미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트윗 내용입니다. 트윗의 발신자로 돼 있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BTS 팬이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BTS가 중국 출신이라니…. 얼토당토않은 내용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좀 독특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에 대한 트윗을 날린 적은 없다고 합니다. 간략하게 핵심 단어만 나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스타일과 닮기는 했지만요. 누가 트럼프의 트윗 계정을 도용한 것이죠. ‘BTS 팬이 한 것이다’ ‘안티 팬이 한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가 많았습니다만 다른 사람도 아닌 트럼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도용해 이런 트윗을 올리다니 정말 BTS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BTS(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 모습
BTS(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공연 모습

지난해 ‘BTS 트윗 소동’을 보면서 ‘정말 얘들은 미국에서 크겠구나’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렇게 화제가 되는 트윗의 주인공이었으니까요.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역시 무대에 올랐네요. 저는 BTS가 몇 인조인지 히트곡이 뭔지 전혀 모르는 아이돌 문외한이지만 미국에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죠. 정말 톱가수 아니만 오를 수 없는 최고들만의 무대입니다. 인터넷에서 클립을 찾아보니 BTS에 열광하는 방청석의 반응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방청객들도 모두 내놓라하는 유명인인데 말이죠.

BTS를 보니 특파원 시절 미국에서의 싸이 열풍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싸이’ ‘싸이’ 하면서 말춤을 추는 통에 웃을지 말지 고민했었습니다. 지금은 누가 ‘DNA’에 맞춰 춤을 추고 있을까요. 이게 한류의 힘인가 봅니다. 내가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돈을 쓰지 않아도 한류 덕에 내 이미지까지 덩달아 좋아지는 것 말이죠. 솔직히 미국에서 있을 때는 왜 한류 한류 하는지 몰랐는데 한국에서 보니까 보입니다.

BTS의 성공적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 덕분에 후속 공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빌보드 시상식 무대도 좋겠지요. 하지만 저는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보기를 희망합니다. 이거야 말로 얼마나 멋진 쇼를 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얼티메이트 스탠더드’(Ultimate Standard·궁극적 기준)이니까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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