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골프치지 않는 자의 골프 이야기]<9화>왓슨 스타일 vs 노먼 스타일
더보기

[골프치지 않는 자의 골프 이야기]<9화>왓슨 스타일 vs 노먼 스타일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입력 2017-10-12 10:15수정 2017-10-12 10:2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추석 연휴에 퓰리처상을 3차례나 받은 토머스 프리드먼(64)의 신간 ‘늦어서 고마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2017)’를 읽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기회를 잡아야할 지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는 골프 일화도 있다. 1970~80년대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았던 ‘필드의 미국 신사’ 톰 왓슨(67)과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62)의 캐디를 지낸 고(故) 브루스 에드워즈(1954~2004)의 이야기다.

톰 왓슨과 그의 캐디 고 브루스 에드워즈. 브루스 에드워즈 파운데이션
에드워즈는 1973~89년 왓슨의 캐디로 활동했다. 왓슨은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기량이 떨어지자 “최고의 캐디는 최고의 선수와 함께 있어야 한다”며 생사고락을 같이 한 에드워즈를 젊은 노먼에게 보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불과 3년만 노먼과 같이 지내다 1992년 왓슨에게 돌아왔다.

에드워즈는 말년에 루게릭 병에 걸렸다. 이를 알고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왓슨의 투어에 동행했다. 그는 2003년까지 왓슨의 캐디를 자처했고 1년 후 세상을 떠났다. 왓슨은 에드워즈를 애도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루게릭병 치료 재단 ‘브루스 에드워즈 파운데이션’에 거금을 기부했다. 골퍼와 캐디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에드워즈에 따르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왓슨과 노먼의 태도는 천양지차였다. “그날 3언더파를 쳐서 경기가 잘 풀리는데도 16번 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공이 잔디밭의 심하게 파인 부분인 ‘디봇(devot)’에 빠졌다고 치죠. 노먼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브루스, 난 오늘 왜 이렇게 운이 나쁘지?’ 반면 왓슨은 다르게 이야기하죠. ‘브루스, 내가 어떻게 디봇에서 공을 쳐내는지 잘 봐!’”

프리드먼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어떤 문화에선 사람들이 역경이나 외부의 중대한 도전을 마주했을 때 집단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뒤처져 있는데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뛰어난 이들에게서 배워야지.” 그리고 그들은 변화에 대한 적응을 배운다. 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뒤처져 있는데 ‘당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이건 당신 잘못이야.”
톰 왓슨. 위키피디아

그래서일까. 커리어는 왓슨이 더 낫다. 왓슨은 메이저 8승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통산 39승을 거뒀다. 노먼은 메이저 2승을 포함해 PGA 20승을 기록했다. 물론 노먼 역시 대단한 선수임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아마추어 골퍼 중에서도 두 사람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구력이 약 30년인 A선배는 ‘톰 왓슨’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그는 공이 조금만 맞지 않는다 싶어도 처음 레슨을 받았던 레슨 프로를 찾아가는 걸로 유명했다.


프로 앞에서 스윙을 해 보이며 끊임없이 교정을 받는다는 A선배에게 “선배는 이미 아마추어로 경지에 오른 사람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프로를 찾아가느냐. 코치나 선배나 수준이 비슷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의 답이다. “내 마음이 교만해진 것 같아서 그래. 골프를 처음 힘들게 배웠던 초보 시절로 돌아가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그렉 노먼. 위키피디아

반면 B선배는 ‘그렉 노먼’ 스타일에 가깝다. 그는 스코어가 좀 나쁜 날에는 골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골프채부터 바꿨다. 심지어 공이 잘 맞는 날에도 “다른 이가 채를 바꾸고 타수를 줄였다”는 소리를 들으면 최소한 골프샵에 가서 새로운 채를 시험해봐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다.

그는 단순히 드라이버나 자주 쓰는 아이언 몇 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었다. B선배가 풀세트를 바꿨다는 얘기도 몇 차례 들었다. 이에 골프 장비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B선배에게 찾아가 상의했다. 그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상대방에게 맞는 골프채 조합을 구성해줬다. 어떤 날에는 자신의 집에 있던 채를 차에 가득 싣고 와서 하나씩 상대에게 쥐어보고 시험해보라고 하기도 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공이 잘 맞지 않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세부터 바로 잡아보려 하는가, 장비부터 다시 사는가. 전자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변했다며 그 문제를 발견해서 원래대로 고치려는 식이다. 반면 후자는 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며 새로운 것을 찾는다. 필자의 지인들은 대부분 후자였다.

골프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지키는 것보다는 변화를 쫓아가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래야 초 단위로 변화하는데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서 버텨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리드먼 같은 세계적 저술가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늦어서 고마워’에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7년 ‘페이스북, 스카이프, 링크드인’은 알지도 못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빅 데이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각각 ‘하늘의 구름, 대학 입시원서, 랩 가수 이름’을 먼저 떠올렸다고 토로한다.
에드워즈의 기념비를 내려다보고 있는 톰 왓슨. 브루스 에드워즈 파운데이션

지난 10년간 엄청난 변화를 이뤄낸 정보기술(IT) 업계처럼 골프 장비에서도 큰 변화가 많았다. 무엇보다 채의 종류와 소재가 다양해졌다. 2000년 대 초 처음 나왔을 때 특유의 뭉툭한 모양으로 소위 ‘고구마’라 불리며 외면 받았던 하이브리드 클럽(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합친 채)을 생각해 보라. 이제 박세리 양용은 같은 세계적 선수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죽 인기가 많으면 골프업체 테일러메이드가 자사의 하이브리드 클럽 이름을 ‘구원(rescue)’이라 지었겠나.

어느 부문에서든 변화는 인식하고 따라잡아야 한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할 것과 고수할 것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어떤 부분을 고수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변화시킬 지 잘 판단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필자처럼 마케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늘 고객에게 ”새롭고 신선하고 트렌디한 것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는다. 필자의 대답도 항상 똑같다. ”중요한 해답은 변하지 않는 것에서 나옵니다. 단 세부 실행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합니다.“

비단 마케팅뿐이랴. 인생도 골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

:: 필자는?::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미래연구실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프랑스계 다국적 마케팅기업 하바스코리아의 전략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마인드’, 역서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로드 킹’ 등이 있다.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