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더위 먹은 입맛 살리는 ‘태국판 김치’ 솜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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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연남 한남점의 솜땀(왼쪽)과 까이양. 홍지윤 씨 제공
소이연남 한남점의 솜땀(왼쪽)과 까이양.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올여름 한반도는 방콕, 싱가포르도 뺨 맞고 갈 날씨다. 바늘에 실 꿰는 정도의 최소 집중력만 발휘해도 콧잔등에 땀이 흐른다. 고온 다습한 유사 열대기후에는 태국 요리가 입맛 돋우는 데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태국 밥상에 빠지지 않는 솜땀이 있다. 솜땀은 태국과 라오스 지역에서 그린 파파야 샐러드를 부르는 이름이다.

파파야는 농후하게 익으면 과육 속의 씨앗이 검게 변하면서 살짝 구린 듯한 냄새를 내지만 붉은 과육은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과일로도 먹지만 익지 않은 녹색의 어린 파파야는 옅은 오이의 향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채를 썰어 갖은 양념과 버무리면 반찬이 된다. 절구에 고추와 마늘을 넣고 짓찧은 다음 피시 소스와 팜 슈거(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설탕), 라임즙으로 짜고 달고 신맛을 낸다. 마지막에 땅콩가루와 말린 새우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한 뒤 채 썬 파파야를 넣고 버무려 먹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갓 잡은 게나 어장에 절인 게 젓갈을 더해 비릿하게 즐긴다. 생물 게를 넣은 솜땀은 ‘솜땀뿌’라 부른다. 익지 않은 그린 파파야는 그 자체로는 두드러진 맛과 향이 없다. 그래서 맵고 짜고 달고 신 양념이 풋풋하고 아삭한 과육에 쏙 배어들면 적나라한 열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태국의 어느 지역 어떤 식당을 가도 솜땀을 주문하면 반드시 절구에 찧어서 양념을 만든다. 절삭기의 쇠 칼날에 다져진 고운 양념보다는 돌절구에 찧은 거친 양념이 훨씬 향을 풍부하게 내기 때문이다.

솜땀은 태국에서도 가장 토지가 척박하고 기근이 심한 동쪽 이산 지역과 라오스 일부 지역에서 먹던 요리다. 기근과 상관없이 동남아 전역에서 잘 자라는 파파야 덕분에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흔히 먹는 요리가 됐다. 맵고, 달고, 시고, 짠 네 가지 맛의 총체적인 결합인 솜땀은 다른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만능 궁합이라는 점이 특히 매력이다.

동남아의 대표적 길거리음식인 꼬치구이는 물론이고 볶음국수에 곁들여 먹어도 좋고 태국 중북부 지방의 주식인 찹쌀밥과 곁들여 먹는 반찬이다. 말하자면 자장면에 단무지, 설렁탕에 깍두기, 쌀밥에 배추겉절이처럼 없으면 서운한 한국의 김치 같은 존재다. 통닭 바비큐 까이양과 함께 먹으면 우리가 즐겨 먹는 전기구이 통닭에 절임무만큼이나 최상의 궁합이다. 주말마다 먹던 치맥이 질린다면 까이양에 솜땀을 곁들여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더위를 잠시 잊을 만하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소이연남 한남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47-10, 02-792-5130. 솜땀 1만2000원, 까이양 2만4000원
○ 어메이징 타일랜드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42, 02-322-0567. 솜땀뿌 1만3000원
○ 뭄알로이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1길 9-7, 070-8236-9138. 솜땀타이 1만 원, 팟타이 1만1000원
#솜땀#태국식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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