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슈]‘굿바이 스케치북’…그림판, 여기서 잠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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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에게는 누구나 컴퓨터 안에 처음 갖게 된 ‘스케치북’이었습니다. 1984년 ‘PC 페인트브러시’라는 세상에 나온 ‘그림판’ 이야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 윈도 1.0부터 계속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와 함께 했습니다.

그림판으로 그린 그림판
그림판으로 그린 그림판

그런데 앞으로는 윈도에서 더 이상 이 그림판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 가을 윈도 10을 업데이트할 때부터 그림판을 업데이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4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단, 윈도에서 언제 아예 빠질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MS는 이미 4월 윈도 업데이트 때 ‘그림판 3D(Paint 3D)’를 내놓으면서 작별을 예고한 상태였죠.


어도비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에 밀려 그림판은 ‘3류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된 지 오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발로 그린 것처럼 낮은 퀄리티를 조심하라’는 뜻인 ‘발퀄주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거의 대부분 그림판으로 작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예 ‘그림판으로 작업했냐’는 말을 퀄리티가 낮은 그래픽 작업을 비판하는 표현처럼 쓸 정도였죠.
네, 물론 그림판으로 그렸습니다.
네, 물론 그림판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못 난 선비만 붓을 탓하는 법. 누군가에게 그림판은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스케치북이자 화구(畫具)이자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그러니 올 가을 윈도 10이 업데이트 시작을 알리면 잠깐 그림판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림판아, 잘 가!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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