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의 INMA 참관기] 기대와 위기감이 교차하는 미디어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8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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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케빈 딜레이니 쿼츠 편집국장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케빈 딜레이니 쿼츠 편집국장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이 전통 언론매체에서 기술 플랫폼 업체로 넘어간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뉴스 콘텐츠가 언론사 홈페이지와 같은 내부플랫폼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메시징앱 등 외부플랫폼을 통해 주로 소비되면서 해외 주류 언론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4~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현지에서 온라인 전문매체 쿼츠(Quartz), CNN, 컬럼비아대 산하 저널리즘 연구소인 토우센터(Tow Center)를 방문해 진행한 인터뷰에선 플랫폼 독주시대에 대한 미디어 업체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 후속 취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김병호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왼쪽)과 메리첼 로카 토우센터 책임연구원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만나 상호 교류협력에 관한 협약 체결 문제를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병호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왼쪽)과 메리첼 로카 토우센터 책임연구원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만나 상호 교류협력에 관한 협약 체결 문제를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플랫폼에 올라탄 미디어

“앱과 웹 사이트, 이메일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기자가 각각 다릅니다. 콘텐츠에 따라 다른 포맷을 적절히 병행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케빈 딜레이니(Kevin Delaney) 쿼츠 편집국장은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 41번가 쿼츠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플랫폼별 맞춤 전략을 강조했다.

딜레이니 국장의 말처럼 쿼츠는 적극적으로 외부 플랫폼을 활용한 매체다. 쿼츠는 설립 당시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SNS를 활용해 기사를 유통했다. 독자로 하여금 자사 홈페이지를 찾아오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독자를 찾아가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는 홈페이지 등 내부플랫폼을 구축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기존 매체들과 경쟁해서는 성공 확률이 희박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2년 창간 당시 30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5년 새 200명으로 늘어났고 2016년 말 현재 월평균 순방문자(UV) 2000만 명, 연매출 3000만 달러(약 335억 원)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에 자극을 받은 전통매체들도 최근 들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다양한 형태의 소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플랫폼별 맞춤형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토우 연구센터의 ‘플랫폼과 뉴스공급자(Platform&Publishers)’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CNN,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1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뉴스공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1년 동안 평균 16개 이상의 플랫폼을 활용해 기사를 출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첼 로카 토우 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스냅챗 등 SNS와 메시징앱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내부플랫폼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들은 뉴스 유통에 있어 주도권을 재확보하고 싶어 하지만 특수 전문 미디어 몇 곳을 제외하고는 (내부플랫폼을 통해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만다 배리(Samantha Barry) CNN 소셜 및 신생미디어 분야 제작책임자
사만다 배리(Samantha Barry) CNN 소셜 및 신생미디어 분야 제작책임자

● 플랫폼의 선의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비록 지금은 대다수 미디어들이 외부플랫폼을 활용한 뉴스 공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만큼 플랫폼이 뉴스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기술 플랫폼 업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통적인 뉴스 공급자들과의 협업을 강조한다. 실제 22~23일 이틀 간 INMA 세계총회에 참석한 구글, 페이스북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훗날 모든 매체들의 뉴스 공급 방식이 외부플랫폼에 종속되는 상황이 왔을 때도 기술 플랫폼 업체들의 선의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 내 주요 언론사들도 이런 문제의식에 대해선 공감을 나타냈다.

25일 미국 뉴욕 타임워너 센터에서 만난 사만다 배리(Samantha Barry) CNN 소셜 및 신생미디어 분야 제작책임자는 “플랫폼의 뉴스 공급 독점과 심화되는 언론사들의 플랫폼 종속성에 대해선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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