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의 INMA 참관기] “페이스북은 플랫폼? 뉴스공급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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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INMA 2017 세계총회 5월 22일부터 이틀간 뉴욕서 개최
해외 주류언론들 위기 속에 새로운 기회 모색

네이티브 광고 방향에 대한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네이티브 광고 방향에 대한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은 플랫폼입니까, 뉴스공급자입니까?”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7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
사회를 맡은 후안 세르뇨(Juan Se¤or)는 패트릭 워커(Patrick Walker) 페이스북 미디어 제휴 책임자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직접 질문을 쏟아냈다. 패트릭은 즉답을 피한 채 다른 얘기를 이어갔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다음 날 나탈리 사쥬(Nathalie Sajous) 구글 글로벌 제휴부문 뉴스 및 출판 담당자에게는 “구글은 미디어 산업에 어떤 책임을 지느냐”고 물었다. 나탈리 사쥬가 “파이를 키워가기 위해 노력가고 있다”고 하자 객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 플랫폼 종속성 논란

INMA 세계총회는 세계신문협회(WAN)가 주최하는 세계편집인포럼(WEF)과 함께 언론계의 양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전 세계 70여개국 600여개 미디어 업체에 종사하는 임원급 관계자 80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유력 언론사의 임원급 인사들과 페이스북, 구글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 대학교수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해 동아일보 등 6개의 언론사가 참석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의 독과점 문제가 화두였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포털의 독점이 미디어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정확하게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독자의 확보, 콘텐츠의 유료화 등을 강조했지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무료로 소비되는 상황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글로벌 ICT 업체의 수익 독과점에 대한 미디어 관계자들의 거부감은 컸지만 이에 대응하는 자세는 언론사마다 차이를 보였다. 이미 이들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기존 언론의 몫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는가 하면,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언론사가 독립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나마 해외에선 한국과 달리 자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가치를 지켜나가는 언론사들을 찾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 쉽스테드(Schibsted)가 대표적이다. 쉽스테드 시리 홀스타드 요한슨(Siri Holstad Johannessen)은 “기본적으로 언론사가 독립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의 콘텐츠를 헐값에 플랫폼 업체에 넘겨서는 결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패트릭 워커 페이스북 미디어 제휴 책임자가 가짜뉴스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패트릭 워커 페이스북 미디어 제휴 책임자가 가짜뉴스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뢰와 수익 ‘두 마리 토끼’ 잡기

이번 총회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성장하는 수익구조 만들기’로 요약된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활개 치면서 전통 언론에 대한 신뢰도도 덩달아 크게 하락한 실정이다. 가짜뉴스 전파의 주범지로 꼽힌 페이스북은 거듭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 가짜뉴스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잃어버린 언론의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마크 릿손(Mark Ritson) 호주 멜러른 비즈니스 스쿨 교수 및 싱가포르 경영대학 방문교수는 “언론사들은 결코 1995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블룸버그처럼 기업 고객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는 네이티브 광고 제작을 통해 새로운 광고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언론들의 반응이었다. 해외 언론사들은 광고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미국 포브스의 경우 2011년 당시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87%에 달했지만 올해는 68%로 그 비중이 19%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광고비 집행이 줄어든 탓이다. 대신 부동산 임대, 자산관리, 여행 등 다른 사업 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혀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크 릿손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 교수 및 싱가포르 경영대학 방문교수가 뉴스 미디어 광고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마크 릿손 멜버른 비즈니스 스쿨 교수 및 싱가포르 경영대학 방문교수가 뉴스 미디어 광고 전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

플랫폼의 종속성에서 벗어나거나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얼마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언론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내외 환경과 고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해외 언론들은 데이터 확보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해 경영에 활용하는 작업을 공을 들이고 있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자체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에서 구축된 기사 관련 데이터, 내부 유저관리 데이터, 외부독자 관리 데이터 등을 활용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특히 데이터 수집과 분석 작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이 결합될 경우 언론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틀간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백가쟁명 식 주장이 쏟아졌지만 오늘날 언론이 처한 현실을 단번에 해결할 완벽한 정답은 없었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지혜를 모아 돌파구라도 찾으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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