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제왕’ 이승훈도 놀랐다… 21세 ‘태극 쇼트트랙 에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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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선배들 제치고 대표선발전 1위 임효준

4차례의 큰 부상을 딛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떠오른 임효준이 비상하듯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있다. 그는 요즘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새벽훈련을 마친 뒤 오전에 한국체대로 옮겨 수업을 듣고, 다시 태릉으로 돌아가 오후 훈련을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4차례의 큰 부상을 딛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떠오른 임효준이 비상하듯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있다. 그는 요즘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새벽훈련을 마친 뒤 오전에 한국체대로 옮겨 수업을 듣고, 다시 태릉으로 돌아가 오후 훈련을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뚝뚝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주위의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텅 빈 라커룸에 혼자 남자 눈물샘이 폭발했다.

지난해 어느 봄날이었다. 대표 선발전 10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하지만 원망과 자책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지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로부터 1년 후. 임효준(21·한국체대)은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차에 이어 2차 대회까지 석권했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임효준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평창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버텼다. 우리나라 팬들의 응원 속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 전성기 안현수 보는 듯

임효준이란 이름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빙상계에서 그는 ‘안현수급 선수’로 평가받는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한 지도자는 “임효준은 다른 선수들과는 수준이 다른 스케이팅을 한다. 전성기 때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쇼트트랙 출신의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스타 이승훈(29·대한항공)은 올 초 모교 한국체대에서 임효준과 함께 훈련을 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체대 빙상팀 관계자는 “같이 빙판을 도는데 임효준이 이승훈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승훈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이승훈은 올해 2월 삿포로 아시아경기에서 4관왕에 올랐는데 임효준에게 받은 자극도 동기부여가 됐다.

임효준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현수 형이 3관왕에 오르는 걸 보며 꿈을 키웠다. 얼마 전 학교에서 같이 훈련했는데 세계 최고는 역시 다르더라. 금메달을 위해선 현수 형뿐 아니라 모두를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 4차례 대수술 이겨낸 오뚝이

어릴 때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임효준은 부상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중1이던 2010년 경기 중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진 게 시작이었다. 고2 때는 오른쪽 발목 골절을 당했다. 6개월간의 재활 후 복귀했지만 같은 부위가 다시 부러졌다. 고3 때는 허리 골절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은 처음 뛴 큰 무대였다. 경험 부족에 긴장감까지 겹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상대 팀 선수들은 임효준을 거의 모른다. ‘비밀병기’처럼 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임효준과 고교생 황대헌(18·부흥고)을 앞세워 부활을 노린다.

○ 우상은 ‘국민타자’ 이승엽


임효준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로 전학을 와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좋아하는 야구팀은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이고 ‘살아 있는 전설’ 이승엽(41)은 그의 우상이다.

임효준은 “이승엽 선배님께 여쭤 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팬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엽 선배님과 야구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힘들고 귀찮을 텐데도 나뿐 아니라 모든 팬에게 친절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나중에 이승엽 선배님처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효준은 2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1차 월드컵에 출전해 평창에 대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나 때문에 병원과 스케이트장을 오가면서 고생하셨던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쇼트트랙 에이스#이승훈#쇼트트랙 대표선발전 1위#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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