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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내면 1위 만들어줄게”… 음원차트도 은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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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내면 1위 만들어줄게”… 음원차트도 은밀한 거래

이지운기자 입력 2018-04-17 03:00수정 2018-04-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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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한 불법홍보-조작 논란 12일 국내 한 대형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표(차트)가 전례 없는 ‘역주행’으로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말 발표된 가수 A 씨의 노래가 쟁쟁한 아이돌그룹의 노래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음원 구매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횟수를 실시간 집계하는 차트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노래가 뒤늦게 화제가 돼 상위권에 오르는 역주행이 종종 있다.

그런데 A 씨 노래의 역주행은 조금 달랐다. 12일 오전 1시경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보통 0시를 전후해 이용자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나 홀로’ 상승해 오전 2시경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오전 6시경 다른 노래가 올라가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 ‘스텔스 마케팅’ 논란

A 씨 노래가 1위에 오른 뒤 온라인에서는 역주행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순위 상승의 이유를 비정상적인 홍보 탓으로 의심하고 있다. 바로 ‘스텔스 마케팅’이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용을 받고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보용이라는 걸 드러내지 않는다.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포장한다. 일종의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이라 스텔스 마케팅을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이용자를 속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난하고 있다. A 씨 소속사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홍보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원 판매량 집계 사이트인 ‘가온 차트’는 16일 “기존 곡들의 역주행과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A 씨 노래의 순위 상승이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음원 차트를 둘러싼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순위 상승 등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현재 가수나 제작자 수입의 대부분은 음원 수익이다. 그만큼 순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제작사 대표는 “팔로어가 수백만 명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유한 업체 대표에게서 ‘노래 한 곡의 홍보 단가는 300만 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인디 음악가 양모 씨(22)는 “한 곡당 9만 원에 SNS 홍보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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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선 중앙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파워블로거가 업체 지원 사실을 숨기고 블로그에 홍보성 글을 올리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SNS 활동도 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 평점·순위 조작 논란도 이어져

‘유령 계정’을 이용한 조작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수 B 씨의 신곡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얼마 뒤 ‘좋아요’ 횟수가 3000개를 넘었다. 하지만 추천한 계정의 상당수에는 사진이나 글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에선 추천 수와 댓글을 조작해 준다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에 3만5000원, 댓글 100개에 10만 원’ 식으로 홍보한다. “원하는 내용대로 댓글을 달아주겠다”며 월정액 서비스도 제공한다. 음원 사이트에서 여러 계정을 운영하다 발각된 사례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평점 조작이 가능한 셈이다. “노래 한 곡을 1위로 만드는 데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이 든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순위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음원 사이트 측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단기적으로 스텔스 마케팅을 통해 유명하지 않은 가수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중의 불신이 커지면서 결국 능력 있는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음원차트#sns#불법홍보#음원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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