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스크린, 경찰-조폭이 접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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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액션영화 전성시대… 관객들은 피로감

남북한 형사가 함께 악질 범인을 잡고(‘공조’), 또 다른 근육질 형사는 조선족 범인을 잡는다(‘범죄도시’). 철부지 경찰대생들이 얼떨결에 납치범을 잡고(‘청년경찰’), 전직 형사는 마약사범 색출에 나선다(‘보안관’)….

언뜻 줄거리만 봐서는 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주제의 영화들이지만 모두 올해 흥행에 성공했다. ‘공조’ ‘범죄도시’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누적관객 수 2, 3위를 기록했고 ‘청년경찰’은 5위, ‘보안관’도 11위를 차지했다. 범죄, 액션영화가 불러 모은 관객 수만 총 4665만 명. 올 한 해 한국 영화는 가위 ‘범죄·액션 전성시대’였다.

○ 비슷한 전개와 역할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든 영화 중 ‘범죄·액션’ 장르로 분류된 영화는 총 11편으로 절반이 넘는다. 코미디나 스릴러 요소가 강조된 작품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범죄·액션 장르에 속한다.

이렇다 보니 올 한 해 스크린에 등장해 흥행 성적을 낸 대부분의 주연급 남자 배우들은 형사나 검사 역할을 소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빈 유해진 김래원 김남길 김명민이 각자의 작품에서 모두 경찰 역할을 맡아 연기했고, 조인성 정우성 유지태는 검사 역할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지난해엔 한국 영화 상위 20위 중 ‘검사외전’(2위), ‘아수라’(11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6위) 등 6편 정도가 ‘범죄·액션’ 장르로 구분됐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내부자들’의 흥행에서 보듯 팍팍한 현실 탓에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척결하는 ‘통쾌한’ 범죄·액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며 “투자하는 입장에서도 ‘안전한 장르’라는 인식이 생겨 잇달아 제작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 “뻔한 소재 지루해”

뻔한 소재, 전개가 반복되다 보니 관객들의 실망감도 높아지고 있다. CGV가 최근 개봉한 226개 영화의 실제 관람객을 조사한 결과 특히 범죄·액션 영화에 대해 ‘기대만 못하다’는 평을 내놓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액션 영화에 대한 ‘관람 전 기대감’(3.70점·5점 만점)은 226개 전체 영화(3.60점)에 비해 높았지만, ‘관람 후 만족도’는 3.55점(전체 3.63점)으로 낮게 조사됐다. 한마디로 범죄·액션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으나 그만큼 실망감도 컸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 주 관람층인 20, 30대의 실망감은 평균보다 더했다. 이승원 CGV리서치센터장은 “관객들의 피로감이 이미 높아진 데다 해외 액션물과 비교할 때 제작비 등의 측면에서 국내 영화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해당 장르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죄, 액션물의 경우 거칠게 전개되는 영화 특성상 여성 혐오, 조선족 비하 등의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브이아이피’의 경우 과도하게 여성의 피해를 부각하는 장면으로 ‘여혐 논란’에 시달렸고, ‘청년경찰’은 조선족 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부당거래’ ‘신세계’ 등 탄탄한 범죄 액션물들이 초반 장르 흥행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흥행을 위해 안전하게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최근 한국 영화 시장의 관객 수도 정체된 만큼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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