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지양했던 벤투, 화끈한 실험으로 다양한 옵션 만들다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3일 07시 33분


코멘트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 되는 이청용이 벤투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다. © News1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 되는 이청용이 벤투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다. © News1
지난해 9월부터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적어도 지난 1월 UAE 아시안컵 때까지는 변화를 지양했다. 불러들이는 선수들의 면면도 대동소이했고 포메이션도 거의 동일했으며 전술적 흐름도 유사했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손흥민, 황희찬, 정우영, 김영권, 김민재, 이용 등 주전급들이 매 경기 나섰고 그들을 4-2-3-1이라는 포메이션 안에 배치해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은 팀의 철학을 구축하는 것, 스타일과 색깔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기틀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도를 밝혔다.

이런 흐름과 함께 “경기에 누가 나올 것인지 궁금하지 않다” “아시아 국가들과 싸우는데도 똑같은 전술만 고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을 마치고, 벤투호의 궁극의 지향점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첫 경기던 볼리비아전에서 과감한 변화를 도모했다.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 다양한 옵션을 갖추게 됐으니 최상의 결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40분에 터진 ‘블루 드래곤’ 이청용의 천금 같은 득점으로 어렵사리 승리한 결과지만 내용만 보면 더 많은 골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쉽던 경기다.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적잖은 전술 변화가 펼쳐지는 와중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사실이다.

부임 후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4-2-3-1 전형을 가동했던 벤투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지동원과 함께 투톱으로 배치했다. 2명의 공격수 아래 1명의 공격형MF(황인범)을 배치한 것도 변화고, 황인범 좌우에 나상호와 권창훈이라는 인물을 배치한 것도 실험이었다. 권창훈은 경기 후반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하는 개인적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기성용과 정우영으로 대표됐던 더블 볼란치(2명의 중앙 수비형MF)를 버리고 원 볼란치(주세종)로 나섰고 지금껏 김영권과 김민재가 주로 나오던 센터백 조합은 권경원-김민재로 달리했다. 수비형MF 출신인 권경원은 주세종과 함께 후방 빌드업을 책임졌다. 김민재는 과감하게 전방으로 뿌리는 롱패스를 담당했다. 마치 기성용이 하던 역할을 세 사람에게 나눈 듯한 모양새였다.

손흥민 활용법 만해도 세분화 된다. 손흥민은 전반과 후반 중반까지는 지동원과, 그 이후로는 황의조와 호흡을 맞췄다. 활동량이 많고 연계 플레이가 좋은 지동원이 파트너가 됐을 때 손흥민은 보다 전진된 위치에서 공을 잡았다. 반대로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황의조가 들어오자 자신의 좌우로 또 2선으로 동선을 바꾸었다. 상대로서는 대비해야할 것이 더 많아진 셈이다.

다양한 실험이 펼쳐졌음에도 소화 능력이 수준급이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전술 변화를 가져갔음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원칙이나 스타일을 지키면서 결과를 챙겼다. 경기를 지배했고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하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수비가 매우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줬다”면서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그는 “골 효율성은 떨어졌으나 플레이는 흠잡을 데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흡족한 경기였다.

볼리비아전을 통해 대표팀은 여러 가지 새로운 옵션을 챙길 수 있었다. 어쩌면 좋은 경기력, 승리라는 결과보다 더 반가운 대목이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에서 또 부담없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다.

(울산=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