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도 있는데…” 김광현의 웃픈 농담 속 SK의 엇박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21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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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에이. 디그롬도 있는데요….”

제이콥 디그롬(30·뉴욕 메츠)은 21일까지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20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하지만 승수는 8승(9패)에 불과하다. 유독 디그롬이 등판하는 경기에 침묵하는 타선 때문이다. 7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하고도 승수를 챙기지 못한 것만 세 차례다. ‘단자리 승수’로 사이영상을 수상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디그롬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광현(30·SK 와이번스)이 ‘불운의 아이콘’이 된 모양새다. 김광현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팔꿈치 수술 및 재활에서 복귀한 시즌이기 때문에 관리를 받아 122이닝만 소화 중이며, 규정이닝 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 등 세부 기록은 리그 정상급이다.

사실 10승에 머물 성적은 아니다. SK 타선은 유독 김광현에게 인색하다.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SK 타선은 2.77점만 지원했다. 100이닝 이상 던진 40명의 투수 중 34위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에도 패전투수가 된 것만 4차례다.

김광현은 14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SK는 간만에 7점을 지원했다. 경기 후 김광현에게 득점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디그롬도 있는데 나는 괜찮다. 지원하는 날도, 아닌 날도 있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20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6.2이닝 5실점(3자책) 호투로도 패전을 떠안았다. ‘에이스’가 등판했을 때 수비 실책이 거듭됐고, 타선도 침묵했다. 물론 김광현의 말처럼 선발투수의 승리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시즌 계산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SK가 김광현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내고도 패하는 경우가 잦다면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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