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LG 불펜…예견된 결과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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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1,2루에서 LG 정찬헌이 kt 유한준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1,2루에서 LG 정찬헌이 kt 유한준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불펜이 무너졌다. 전반기만 해도 NC와 구원방어율 1, 2위를 다툴 정도로 철옹성 같은 튼튼함을 자랑했지만, 순위싸움이 치열한 후반기들어 뒷문이 헐거워지면서 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록으로 드러난다. 8월 이후 LG 구원진이 기록한 블론세이브는 무려 9번이었다. 앞서던 경기를 불펜들의 ‘불쇼’로 번번이 내주다보니 팀이 입은 타격은 두 배가 됐다.

사실 불펜진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 역할을 해줬던 임정우가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시즌 초부터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다. 고육지책이긴 했지만 위험성이 컸다. 마무리는 부담이 큰 보직이다. 진해수 이동현 정찬헌 김지용 신정락 등이 제 역할을 해줬지만 조금씩 심적 피로도가 올라갔다. 어떤 순간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몸을 풀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체력도 소진됐다.

이뿐만 아니다. LG 중간계투진은 올 시즌 유독 기출루자가 있는 상태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19일까지 신정락은 기출루자(IR)가 59명, 진해수 51명, 정찬헌 45명, 김지용 35명, 이동현 28명 등이었다. 10개 구단 불펜진과 비교해도 유독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중간계투들의 등판이 잦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점을 최소화해야 하는 불펜투수 입장에서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부담감이 높아진다.

‘이닝 쪼개기 등판’도 너무 많다. kt 김진욱 감독은 투수들의 ‘이닝체력’에 대해 강조하곤 한다. “투수는 몇 개의 공을 던졌든, 1이닝을 채 던지지 않았다고 해도 한 회를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 그 다음 회에 등판할 때는 체력이 소모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LG 불펜진은 1.1이닝, 1.2이닝 등판이 예삿일이다. 한 이닝을 오롯이 책임지지 못하고 내려오는 일도 많다. 작은 틈이 결국 댐을 무너뜨린다.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조금씩 쌓인 부담감이 불펜진 붕괴를 낳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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