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뒹굴며 고군분투… 1승22패 팀이 낳은 ‘왕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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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올스타 1위 한국전력 서재덕

16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서재덕이 훈련하는 모습을 다중촬영했다. 외국인선수 이탈의 악재 속에 팀이 1승 22패로 최하위에 처졌지만 서재덕은 연일 맹활약 중이다. 팬들은 그에게 데뷔 첫 올스타전 팬투표 1위를 선물했다. 시즌 뒤 군 입대를 앞둔 그는 “팀이 역대 최다패 불명예는 떠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6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서재덕이 훈련하는 모습을 다중촬영했다. 외국인선수 이탈의 악재 속에 팀이 1승 22패로 최하위에 처졌지만 서재덕은 연일 맹활약 중이다. 팬들은 그에게 데뷔 첫 올스타전 팬투표 1위를 선물했다. 시즌 뒤 군 입대를 앞둔 그는 “팀이 역대 최다패 불명예는 떠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절반 정도는 제가 가여워서 주신 동정표가 아닐까요. 하하.”

16일 경기 의왕시 프로배구 한국전력 체육관에서 만난 서재덕(30)은 팬들이 만들어준 올스타전 1위 영광에 손사래부터 쳤다.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릴 올스타전을 앞두고 진행된 온라인 투표에서 그는 8만9084표를 얻어 최다 득표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14차례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서 최다 득표 기록과 함께 생애 첫 영광을 누렸다.

스스로 ‘동정표’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외국인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해 승(1)보다 패(22)가 압도적으로 많은 꼴찌 팀에서 나온 이례적인 올스타전 1위이기 때문. 시즌 종료까지 1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한국전력이 V리그 역대 최다패 기록을 새로 쓸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V리그 역대 최다패는 우리카드(2014∼2015시즌), 상무(2009∼2010, 2011∼2012시즌)가 기록한 33패로 이들이 거둔 시즌 승수는 3승이다.

하지만 팀이 나락으로 떨어졌어도 라이트 서재덕은 빛났다. 2011년 데뷔 후 수비형 레프트로 뛰며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한 그이지만 올 시즌 직전 구멍 난 외인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라이트로 포지션을 변경해 맹활약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득점에서 서재덕은 18.7점(22경기 411점)으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한다는 대한항공 정지석(17.7점·24경기 425점)보다 앞선다. 국내선수 중 1위. 공격 전문인 라이트임에도 수비(세트당 3.344개·8위), 리시브(48.21%·6위) 등 과거에 해왔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대 최다득점(41점) 기록도 갈아 치우고 승리를 향해 몸을 던지는 서재덕의 ‘인생활약’에 팀도 풀세트 경기만 8번을 할 정도로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꼴찌여도 팬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죠. 다리도 안 움직여요. 그때마다 중학교 때 코치님이 ‘살아있는 고통을 느낄 때가 좋은 거다’라고 진지하게 내뱉은 말씀이 생각나 되레 웃음이 나요.(웃음)”

단짝이던 전광인(27)이 시즌 전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겨 “광인이가 꿈에 나올 정도”라고 하소연하던 그는 ‘드래프트 동기’ 최홍석(31)이 새로 팀에 가세한 뒤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있다. ‘고독한 에이스’로 불리는 서재덕은 “최홍석은 나(2순위)보다 앞서 뽑힌 대단했던 선수다. 의지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고 형도 과거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광인이는 꿈에 안 나온다”며 웃었다.

인터뷰 직전 전날 경기서 발목을 다친 팀 동료 김인혁(24)의 시즌아웃 소식이 전해졌다. 시즌 뒤 입대를 앞둬 남은 한 경기 한 경기 의미가 남다른 서재덕에게는 큰 비보였다.

“그래도 역대 최다패 팀 이름에 한국전력이 오르지 않게 해야죠.”

어느새 웃음기가 가신 그의 얼굴에 눈빛이 반짝였다.
 
의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배구#서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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