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우·두’라 했는가, 예상 뒤집은 반전…SK 우승쾌거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2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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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의 줄임말)라는 다수의 예상을 깨고 반전 우승을 일궜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손꼽힌 SK는 정규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한 끝에 78승 1무 65패로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정규시즌 막판 한화 이글스가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 자리를 위협했지만 2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3승 2패 승리로 장식한 SK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정규리그 1위팀 두산과 비교해 열세라는 평가를 들었다.

‘어·우·두’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두산은 올 시즌 93승 51패를 기록해 2위 SK를 무려 14.5경기 차로 제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분위기는 SK가 상승세였지만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3선발인 박종훈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워야했다. 불펜 소모도 적잖았다. 타선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SK는 홈런 군단의 위용을 뽐냈지만, 역대 최고인 0.309의 팀 타율을 자랑하는 두산 타선의 응집력도 못지 않았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다. SK는 자신들의 장점을 한껏 살려 보란 듯이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냈다.

원투펀치 김광현, 메릴 켈리가 앞장서고 박종훈이 뒤를 받치는 1~3선발은 자신들의 몫을 톡톡히 해줬다.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팀이 패배하는 가운데서도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선보였다.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팀이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2실점(비자책점)으로 쾌투했고, 6차전에서도 6회 3실점하기 전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박종훈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⅓이닝 2실점, 5차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좌완 김태훈이 5차전까지 ‘미스터 제로’의 면모를 자랑하며 롱릴리프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7⅔이닝을 던지며 9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막판 구위가 떨어져 SK에 고민을 안긴 앙헬 산체스는 포스트시즌에 불펜으로 변신, 3경기에서 4이닝을 2실점으로 책임지며 약점을 메웠다.

활화산 같은 홈런쇼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중요할 때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 터지며 홈런 군단의 면모를 과시했다.

1차전에서 한동민이 선제 투런포, 박정권이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3차전에서는 제이미 로맥이 1회말 선제 3점포를, 8회말 쐐기 솔로 홈런을 작렬했고, 이재원도 쐐기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5차전에서는 홈런 없이도 승리를 일궜던 SK는 6차전에서 9회초 최정의 동점 솔로포, 연장 13회초 한동민의결승 솔로 홈런으로 짜릿한 5-4 승리를 거둬 우승을 확정했다.

‘소통, 존중’을 중시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의 리더십 속에 신구조화가 이뤄진 팀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박정권, 김강민, 나주환, 최정 등 2007, 2008,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SK 왕조 시절 멤버가 중심을 잡았다. 박종훈, 김태훈 등이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명승부를 연출하며 역대급 경기‘까지 선보인 SK다. 1, 2차전을 내리 이기고 3, 4차전을 연달아 져 5차전에서 넥센과 벼랑 끝 승부를 펼친 SK는 9회초 박병호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은 뒤 10회초 점수를 내줬지만, 연장 10회말 김강민의 동점 솔로 홈런,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이 터져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우승 뿐 아니라 SK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 미래를 위한 희망도 다졌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김광현의 건재를 확인했고, 문승원과 박종훈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내년 시즌에도 믿음직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면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김태훈, 정영일이 불펜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자랑한 것도 수확이다.

타선에서도 노수광이 든든한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고, 한동민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40개 이상의 홈런(41개)을 때려내며 강한 2번 타자의 대명사가 됐다.

세밀함의 부족, 굳건한 마무리 투수의 부재가 숙제로 남았지만 이번 우승은 다시 한 번 왕조를 위해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단 힐만 감독과 작별의 시간을 맞은 SK는 본격적인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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