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 안쓰럽고 서글픈 장현수를 바라보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5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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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장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장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전. 0-0 스코어가 계속되던 전반 24분, 취재석의 한국 기자들은 일제히 장탄식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아, 왜 하필….”


우리 문전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한 축구국가대표팀 중앙수비수 장현수(27·FC도쿄)가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밀로라드 마지치(세르비아) 주심을 쳐다봅니다. 페널티킥(PK). 멕시코 ‘캡틴’ 안드레스 과르다도의 크로스를 슬라이딩으로 차단하려다 공이 손에 맞았습니다. 결국 카를로스 베라의 선제골.


그런데 장현수의 불운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후반 21분 어빙 로사노의 패스를 받은 하비에르 치차리토의 움직임을 미처 포착하지 못한 그는 다시 한 번 성급한 태클로 공간을 내줬고, 이것이 빌미가 돼 결국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장현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18일 스웨덴과 1차전(0-1 패)에서 공교롭게도 대표팀이 당한 최악의 순간에 항상 함께 했습니다. 왼쪽 풀백 박주호(31·울산 현대)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진 패스, 이후 PK로 이어진 김민우(28·상주 상무)의 파울에 연계됐다는 이유로 이 세상의 모든 욕설과 조롱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장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장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저 단순한 ‘운수 나쁜 날’ 정도로는 포장할 수 없는 최악의 날, 최악의 월드컵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장현수는 치열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대표팀 소집 직전까지 종아리, 허벅지 뒷근육, 스포츠 탈장 증세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그럼에도 사력을 다해 재활에 임했고,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대표팀은 독일과의 한 경기가 남았습니다. 작지만 16강 진출을 향한 일말의 희망이 분명 있기에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축구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장현수는 현재의 대표팀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왼쪽 종아리 타박상을 입은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결장이 유력해 그마저 이탈하면 우리의 뒷문은 굉장히 헐거워집니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또 다시 깊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출전시키느냐, 명단에서 제외시키느냐. 무너진 멘탈 회복이 급선무인 가운데 대표팀은 멕시코전 이후 장현수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 불참시켰습니다. 선수보호차원입니다. 다만 확실한 점은 여전히 동료들은 장현수를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신 감독을 비롯한 코치들은 펑펑 울며 나오는 그를 꼭 껴안아줬고, 손흥민은 “잘하려다 그렇게 된 것이다. 너무 비난만 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지켜보는 것조차 안타깝기만 한 장현수에게 남은 월드컵 여정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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