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자신감 UP‘ 김영권, 잃어버린 시간 찾기는 현재진행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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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99.9% 준비됐습니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표정은 비장했다. 18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은 꼭 잡아야 할 승부였다.

이어질 매치 업이 만만치 않은 멕시코(24일)~독일전(27일)이란 사실을 감안할 때 승점 3을 챙겨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남은 여정을 풀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0-1 패배로 더욱 험난해졌다. 남은 두 경기 전부 살얼음판이 됐다.

그래도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김영권의 컴백이 그랬다. 추가시간 포함 93분 내내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했다. 온몸을 아낌없이 내던지며 육탄방어를 했고, 과감한 태클과 블로킹으로 덩치 큰 상대 공격수들을 괴롭혔다. 특히 전반 29분 마르쿠스 베리(알 아인)의 결정적인 슛을 차단했다. 만약 전반에 골을 내줬다면 흐름상 대량 실점으로도 이어질 법 했다.

스웨덴전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남긴 “(막지 못하면) 정말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차단했을 뿐이다”라는 짤막한 코멘트에서는 남다른 의지가 엿보였다. 결승골로 연결된 페널티킥(PK) 파울을 범한 김민우(28·상주)에 대해서도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필드 골을 실점하지 않아 희망은 있다”고 감쌌다.

김영권은 한때 ‘미운오리새끼’였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의 초라한 플레이와 지난해 8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에서의 실언으로 끝모를 수렁에 빠져들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러나 그는 더욱 단단해졌다. 러시아로 향하기 앞서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머물며 사전훈련캠프를 진행한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훈련성과를 총평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김영권을 칭찬했다. “정말 잘해주고 있다. 몸 상태, 투지가 좋다. 수비 리드도 탄탄하다.”

중앙수비수 선택을 놓고 잠시 고민하던 신 감독은 11일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0-2)을 기점으로 김영권을 선발 카드로 낙점했고, 스승의 믿음에 제자는 120% 역량을 발휘하면서 화답했다. 위험한 반칙도 범하지 않아 안정감을 줬다.

상대 공격수의 드리블 돌파에 맥없이 허물어져 ‘자동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까지 얻었던 그가 확실히 제 자리를 찾았다. 축구에서 맛본 아픔은 축구로, 월드컵에서의 상처는 월드컵에서 풀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김영권은 러시아월드컵 첫 승부에서 혼신의 힘으로 긴 악몽의 터널을 거의 빠져나왔다.

하지만 김영권은 웃음을 미룬다. 한국축구는 그리스와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이후 아직 월드컵 승리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독일에 가로막히면 또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본인 또한 부담이 전혀 줄지 않았다. 스웨덴보다 한층 강한 공격수들과 계속 싸워야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김영권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대비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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