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아이스하키단일팀은 이미 ‘피해’를 입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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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부는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최종 합의를 마쳤다. 단일팀이 출범하는 종목은 여자아이스하키다. 올림픽 출전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 대표팀에 북한 선수 일부가 합류하는 방식이다.

이제 단일팀 출범의 최종 공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 넘어갔다. 20일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최종 가이드라인이 결정되게 된다. 우리 대표팀은 18일 오전 엔트리 23명을 먼저 확정했다.

엔트리가 얼마나 늘어나고, 또 몇 명의 북한선수가 합류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 때문에 단일팀의 미래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일방적으로 진행된 단일팀 구성의 진행 과정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뉴스’를 통해 단일팀 소식을 전해들은 대표팀

정부가 북한에 처음으로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것은 지난 9일에 열렸던 남북고위급회담이다. 당초 피겨 단일팀이 꾸려진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우리 정부가 선택한 종목은 여자아이스하키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은 단일팀 구성에 대한 소식을 그 사이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세라 머레이(30) 감독은 16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단일팀 이야기를 이틀 전(14일)에 들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매우 큰 충격이다”고 말했다. 단일팀이 구성되고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게 되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인데, 이들은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한 채 소위 ‘통보’를 받은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전력 오히려 보강돼” “메달권 종목 아니다” 상처투성이 대표팀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는 곧바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올림픽을 정치논리로 이용하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관련부처 관계자들은 일제히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해괴망측한 괴변에 국민 여론은 더욱 더 들끓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기력은 비슷하다. 오히려 북한의 우수한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단일팀 구성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짚지 못하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같은 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자아이스하키가 메달권 종목은 아니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 위해 피땀 흘린 선수들의 노고는 일순간에 훼손됐다.

정부는 줄곧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미래형’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선수들은 이미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상처는 지금도 계속 깊어지는 중이다. 관련 부처 누구라도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이 성급했다. 대표팀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는데, 부디 이해해달라”는 말만 했어도 국민여론이 지금 이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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