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스하키 감독 “남북 단일팀 우리선수에 분명한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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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남북 평창회담]휴가 마치고 귀국 머리 감독 일침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올림픽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솔직히 충격적이다.”

16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는 듯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 티켓은 우리 선수들이 노력과 실력으로 따냈다. 충분히 올림픽에서 뛸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를 추가할 경우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히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과는 배치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과 관련해 “우리 선수들에게는 피해가 없다. 23명 그대로 출전하는 것이며, 이에 더해 북한 선수단의 출전 규모를 플러스알파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세계 랭킹이 22위이고 북한이 25위로 비슷하다. 북한의 우수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며 단일팀 강행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하지만 선수단을 이끄는 머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 조직력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북한 선수에게 우리가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춰 온 대표팀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말했다.

3피리어드 경기로 진행되는 아이스하키는 한 경기당 22명의 선수(골리 2명, 플레이어 20명)만 출전할 수 있다. 도 장관의 말처럼 한국 선수 23명 전원이 그대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고 경기마다 22명 내에서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가 함께 출전해야 한다. 따라서 단일팀이 되면 북한 선수가 출전하는 수만큼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

피리어드당 20분씩 진행되는데 20명의 플레이어를 4개 조로 나눠 수시로 교체하며 경기를 운영한다. 체력 부담이 워낙 커 대개 50초에서 1분마다 조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조직력과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 파워플레이(상대 팀 반칙으로 수적 우세인 상황)나 숏 핸디드(우리 팀 반칙으로 수적 열세인 상황) 때의 작전도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야 한다.

다만 머리 감독은 “단일팀 결성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내일 만날 우리 선수들에게 훈련에만 집중하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북한과 상대해 3-0 승리를 이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 중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 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의 1∼3라인에 들어올 만큼 좋은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단일팀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플랜B’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 아이스하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판을 깰 수는 없지 않나. 단일팀이 결정된다면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최소 5경기를 치른다. 3경기를 치르는 예선에서 탈락해도 순위결정전 2경기가 남아 있다.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한국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고루 주고, 경기력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첫 번째 경기에 빠진 선수를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상처 입은 우리 선수들 마음을 다독이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여자 실업팀 창단 같은 보상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연간 수십억 원이 드는 실업팀 운영을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에 떠맡겨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단일팀이 구성되려면 단일팀 명분이 갖는 설득력과 선수들의 피해 방지책 마련이 관건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올림픽#아이스하키#여자#남북 단일팀#세라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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