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승건]평창 패럴림픽, 그들만의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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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겨울 패럴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무관심입니다. 전 세계 선수단이 올 텐데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면 개최국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무색해질 것 같아요.”

얼마 전 만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원장이 한 말이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 과장을 지내는 등 현장과 행정을 두루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말이라 무게감을 느꼈다.

문체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걱정할 만하다. 3, 5, 7, 9월 4차례에 걸쳐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가장 최근 조사에서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9%에 그쳤다. 7월의 25.4%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여론조사에서 패럴림픽을 경기장에서 관람할 것인가를 묻는 항목은 없었다. 하지만 관심도가 39.9%인 올림픽을 경기장에서 보겠다고 한 응답이 7.1%에 불과한 것을 보면 패럴림픽은 5%도 안 될 것이다. 최근 방한한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강조한 것도 “당장 티켓을 팔 방법을 고민하라”였다. 조직위는 패럴림픽 입장권 22만 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1만 장도 팔리지 않았다.

2012년 취재한 런던 패럴림픽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메인 스타디움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기장이 관중으로 가득 찼다. 주요 경기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교민들도 여럿 봤다. 폐막 다음 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영국 메달리스트들이 트래펄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런던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은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선진국인 영국은 그렇다 치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출장을 갔던 2014년 소치(러시아) 겨울 패럴림픽도 만만치 않았다. 관중은 물론이고 입장권 판매량과 중계방송 방송사 수도 겨울 대회 사상 최다였다. 심지어 ‘설마 여기도?’ 하며 찾았던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패럴림픽의 국민 참여 열기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객석을 꽉 채운 관중은 보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승자에게는 축하의, 패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런던과 리우는 여름 대회라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직전 겨울 대회인 소치도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평창엔 부담이 될 법하다. 게다가 다음 패럴림픽(여름) 도시는 유치와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도쿄다.

물론 ‘입장권 매진’만으로 대회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학생, 공무원, 기업체 직원들을 동원하면 관중석을 적당히 메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 개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평창 패럴림픽이 남겨야 할 유산이다.

런던 대회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약 80%가 “패럴림픽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 놨다”고 대답했다.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서다. 경기에서 장애인들을 접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면 인식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 현장에서든 TV로든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그 시간은 더 짧아진다. 대한민국은 아직, 당연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 부모들이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사회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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