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부글부글’… 폭발 직전 평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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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초보 보안요원 실수 쏟아져… “근무조건 열악” 이탈도 속출
자원봉사자들도 처우 불만 높아… 60여명 한때 “모의 개회식 보이콧”
대표 탈락 선수측 항의 등 어수선

1일 강원도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평화의 비둘기 풍선을 들고 서있다. 동아일보 DB
1일 강원도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평화의 비둘기 풍선을 들고 서있다. 동아일보 DB
“폭발 직전이에요.”

평창 선수촌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 A 씨는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말 모 보안업체 보안요원에 지원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현장근무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올림픽이라는 국가 행사를 앞두고 현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올림픽 보이콧이란 단어도 심심찮게 들린다. 국가대표 탈락자들의 항의 집회가 진행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생존권 보장’ 목소리를 높인다.

○ 올림픽 현장의 ‘불협화음’

A 씨가 일하는 보안업체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외주를 받아 선수촌과 각 경기장 등 올림픽 시설에서 보안검색을 한다.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비해 AD카드가 없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위험한 물건은 미리 차단해야 하는데 ‘무경험자들’이라 곳곳에서 실수가 쏟아지고 있다.

강릉, 평창, 정선 등 현장에 배치된 보안요원은 약 2400명. 전국 25개 협력대학 등에서 모집했다. 초보들이 대부분인데 사전교육은 업무교육보다 사명감 주입이 주를 이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B 씨는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점만 계속 강조했다. 배운 게 없어 현장에서 칼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실수로 통과시켜가며 해야 할 내용을 체득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일을 시작한 지 닷새 만인 3일 그만둔 C 씨는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 후 비번’이라는 근무수칙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안 지켜지고 있다. 숙소에서 근무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왕복 3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12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밤 12시 무렵 처음 현장에 도착한 뒤 추운 곳에 방치됐다가 오전 3시에 숙소에 왔다는 C 씨는 쪽잠만 자고 오전부터 하루 종일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당일치기’ 교육 뒤 맞지도 않는 근무복을 받아들고 야간근무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너무 힘들어 일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보안요원 중 일부는 식중독이 의심되는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현장 체계가 잡히지 않아 열악한 건 사실이다.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진행에 투입될 자원봉사자 193명 중 60여 명은 모의 개회식이 진행됐던 3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개회식 리허설 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가 개회식 직전 철회했다. 재고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조직위가 자원봉사자 일부에게 보급품 일부를 사비로 구입하라고 공지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 이유가 됐다. 한 봉사자는 “조직위에서 처우 개선 등을 약속해 ‘보이콧’은 철회했다.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평창선 ‘출전권, 생존권 보장’ 목소리

4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서는 대회 출전이 좌절된 선수와 가족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경성현(28·홍천군청), 김현태(28·울산스키협회), 김설경(28·경기도체육회) 등 스키선수들은 이날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평창에서 뛸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집회는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까지 진행된다. 선수들은 “선수단 결단식에까지 참석했는데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선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공정성도 의심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당초 한국이 확보한 출전권은 4장이었지만 이런 내용이 사전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더 많은 선수가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선수들과 협회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휘닉스 평창 인근 스키대여업체 거리에는 ‘생존권 보장’ 내용이 담긴 펼침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지난달 22일 조직위가 올림픽 준비를 위해 스키장을 전면 통제하면서부터다. 통제 이후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이 없어져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25일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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