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변화구’ 공 표면이 결정

  • 입력 2008년 4월 14일 0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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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의 에임즈 연구소에서는 상어비늘처럼 만든 필름을 항공기에 붙일 때 최대 9의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상어의 비늘 모양이 갈비뼈처럼 생겼다고 해서 리블렛(riblet)이라고 했다. 리블렛과 같이 거친 표면이 물속에서 속도가 더 빠르고 물의 저항이 작다는 것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공기나 물과 같이 흐르는 물체(유체)에서 일어나는 저항의 원리는 모두 동일하다. 이러한 생각의 발전은 현재 스포츠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육상선수들의 운동복이나 전신 수영복으로 발전했고, 이 운동복의 표면은 리블렛의 모양을 닮은 것이다.

스포츠에서 보여주는 공의 다이나믹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물체의 직선속도와 회전속도이다. 물체의 직선과 회전의 속도는 공기와의 접촉에서 힘의 다양한 변화를 유도한다. 힘껏 감아 차는 축구공의 바나나킥, 야구의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골프공의 백스핀 등과 같은 볼의 변화는 볼의 직선속도와 회전속도에 의해 공기의 흐름을 변화시킨 결과이다.

이러한 공기 흐름의 변화를 극대화시키는 조건이 바로 공의 표면이다. 솔깃이 없는 야구공은 지금과 같은 변화구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딤플이 없는 골프공은 우리가 기대하는 비거리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스포츠의 볼에 숨겨진 비밀은 과학자 뉴턴(Newton) 시대부터 관심을 가졌다. 뉴턴은 테니스 라켓에 의해 볼이 휘어지는 궤적의 원리에 대해 이론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또한 매그너스라는 과학자는 이러한 이론을 실험적으로 연구하고 검증해 ‘매그너스 효과’라는 원리를 발표했다.

‘매그너스 효과’는 기체나 액체와 같은 유체의 속도가 빨라지면 이로 인해 압력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유체의 속도가 느려지면 오히려 압력이 높아진다는 베르누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베르누이 원리는 1738년 베르누이라는 과학자에 의해 발견된 이론이다.

초기의 골프공은 가죽 주머니에 거위 털을 채워 만들어 사용하였고, 골프공은 사포딜라라는 고무나무의 진액으로 변화되었다. 당시 프로 선수들은 가죽공이나 고무공 모두 새 공 보다는 표면이 거칠어진 헌 공을 더 선호하였다. 이는 표면이 거친 헌 공이 더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프로 선수들은 드라이버로 멀리 공을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공이 회전되지 않은 상태로 쳐야 된다고 믿었다. 1988년 영국의 과학자 테이트(Tait)는 골프공의 회전이 더 먼 비거리를 유도한다고 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공이 백스핀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골프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며 혐오감까지 표현했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과학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 나간다. 기록경기에서 기록은 해를 거듭할수록 깨지고 있다. 한 때 일본의 야구선수가 던진 자이로드롭 볼에 대해 이론적으로 해석이 가능한가에 대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자이로드롭 볼은 사이드 스핀과 함께 탑 스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볼의 구질이며, 볼의 직선 속도가 150km/h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능력으로 가히 어려운 기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도전과 응전으로 얽히고설킨 스포츠 세계에서 인간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이순호 KISS 책임연구원

충남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성균관대에서 생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기초이론 분야와 기술동작분석, 영상분석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는 핵심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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