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명품점프 비밀은 ‘역주행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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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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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 스케이트날 일직선속도 높여 안정적 점프 가능

피겨스케이트의 날 뒷부분은 스피드스케이트처럼 직선에 가까워 속도를 내기 쉽다. 앞부분은 날렵하게 굽어 있어 제자리에서 도는 ‘스핀’ 연기를 할 때 마찰을 줄인다. 사진 제공 아자스튜디오 현진
피겨스케이트의 날 뒷부분은 스피드스케이트처럼 직선에 가까워 속도를 내기 쉽다. 앞부분은 날렵하게 굽어 있어 제자리에서 도는 ‘스핀’ 연기를 할 때 마찰을 줄인다. 사진 제공 아자스튜디오 현진
26일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시작부터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연기 초반부 ‘약 10초간의 역주행’에 김 선수만이 낼 수 있는 빠른 속도의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26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음악이 시작된 뒤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첫 점프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개 24초 전후다. 이 중 첫 14초는 감정이 실린 도입부 연기가 진행되고 나머지 10초 동안은 얼음판을 달리며 속도를 올린다. 빠른 속도는 점프를 높이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며 전체 연기의 구성 요소가 자연스레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이 10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수마다 차이가 있다. 김연아 선수는 별다른 방향전환 없이 뒤로만 달린다.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점프를 위한 사전 동작 전까지 앞으로 달린다. 김 선수 외에도 뒤로 달리는 선수들이 있지만 이들은 종종 방향을 바꿔 진행방향이나 점프할 지점을 확인한다. 이는 24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 선수와 아사다 선수는 속도를 올리는 12초 동안 각각 뒤와 앞으로만 달렸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 차이는 점프 전에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다르게 한다. 피겨스케이트 날의 모양 때문이다. 곧게 뻗은 스피드스케이트 날과 달리 피겨스케이트 날이 둥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트 날을 자세히 보면 뒤쪽은 거의 일직선을 이루며 들려 있다. 실제로 곡선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중간과 앞부분이며 휘어진 정도는 앞으로 갈수록 심하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스케이트 날의 구조상 앞보다 뒤로 달리는 편이 속도를 높이기 좋다”고 설명했다. 곧게 뻗은 날은 둥근 날보다 얼음과 닿는 면적이 넓어 속도를 내기 쉽다. 얼음과 날 사이에 생기는 수막이 넓어 잘 미끄러질 수 있고 얼음을 지칠 때도 힘을 얼음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체력이 허락하는 한 조금이라도 날이 긴 스케이트를 신으려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뒤로 달리며 속도를 높인 뒤 그대로 첫 점프를 하는 김 선수의 연기도 스케이트 날의 뒷부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유 교수는 “점프를 할 때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서는 날과 얼음판이 닿는 면적이 넓어야 한다”며 “발뒤꿈치에 체중을 싣고 달리다 그대로 도약하기 때문에 점프를 더 높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쇼트프로그램 퍼팩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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